박근혜 2심, '안종범 수첩' 증거 인정..이재용 부회장 운명은?
국정농단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인 '안종범 수첩'이 다시 한 번 증거 능력을 인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항소심(2심) 재판부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이다.
안종범 수첩이 증거로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묵시적 청탁'이 인정될 여지가 넓어지고,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 인정 액수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까지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은 24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안종범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이 전문(傳聞)증거가 아니라는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문증거는 본인이 직접 겪은 것이 아닌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말 또는 전해 들은 말을 기록한 서면 등 간접증거를 말한다. 이 경우 당사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을 하는 등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안 수석이 수첩에 기재한 내용이 전문증거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부는 "박 대통령과 면담자 사이 수첩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간접 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첩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일단 적어놓은 것은 사실이니 재판에 참고할 '간접증거'가 된다는 얘기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업무 수첩 내용 중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고 된 부분에 대해서만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 내용을 불러줘 받아적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첩 기재 내용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내용의 지시를 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진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을 한 뒤 불러준 대화 내용을 안 전 수석이 적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이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종범 수첩'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4년~2016년 작성한 63권 분량의 업무 수첩으로,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각종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각종 불법 청탁을 했음을 의심할 정황 또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추정케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엘리엇 방어 대책 △삼성 바이오로직스 △금융지주 △승마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등의 단어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삼성 승계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공소장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등은 이 수첩을 '사초'(史草)라고 부르며 증거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이재용 부회장 등 피고인들은 "수첩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맞섰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 유일하게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만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 됐다. 당시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으며 "수첩이 간접증거로 사용될 경우 진실성 증명의 증거로 사용되는데, 이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잠탈하는 취지이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 중이던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353일만에 석방되는 주된 근거가 됐다.
현재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다뤄질 공산이 크다. 만약 대법원이 '안종범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면 지난 2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이 부회장에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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