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상륙지점도 틀렸는데.."기상청은 오보청"은 누명?
━
태풍 상륙 지점도 모른다?…기상청은 정말 ‘오보청’일까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의 진로를 잘못 예측한 기상청이 ‘오보청’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상청은 태풍 솔릭의 상륙을 불과 4시간가량 앞둔 지난 23일 오후 7시 태풍이 전남 서해안을 거쳐 전북 군산 인근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은 상륙을 불과 30분 앞두고서야 급히 진로를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의 진로에 대해 일본의 예측이 한국 기상청보다 더 정확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는 “차라리 일본 기상청의 자료를 번역만 하는 게 낫겠다”며 기상청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민감한 태풍, 정확한 예측 어려워”
그렇다고 일본 기상청의 예측 정확도가 더 높다고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앞서 이달 초에 발생한 제14호 태풍 ‘야기’(YAGI)의 진로는 한국 기상청 예측이 제일 정확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27개 태풍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예측 정확도를 분석한 결과 24시간 예보 기준으로 일본의 예보 오차가 82㎞로 가장 정확했다.
미국과 한국은 각각 85㎞·93㎞였다. 반면 96시간 예보에서는 한국이 313㎞로 오차가 가장 작았고, 미국과 일본은 각각 322㎞·335㎞로 비슷했다.
기상청의 예보관 A씨는 “태풍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에 따라 경로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어떤 기상기관이던지 정확한 분석이나 예측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국은 물론 일본 기상청도 시간대마다 예상 경로를 자주 바꾼다”며 “태풍 예보가 양궁처럼 과녁을 맞추는거라면 몰라도 반경이 300㎞ 달하는 상황에서 30~40㎞ 정도를 큰 오차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태풍 경험 쌓여야 정확도 높아져”
일반 예보와 다른 점은 태풍의 경로를 예측할 때 다른 나라의 모델 결과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모델을 통해 얻은 결과를 태풍 예보관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최종적인 예보가 달라지고, 예보의 정확도 역시 달라진다. 그만큼 태풍 예보관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
한국이 2015년부터 자체적으로 태풍의 베스트트랙(best track·최적진로)을 생산한 것과 달리, 미국과 일본은 1950년 대부터 베스트트랙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베스트트랙은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태풍의 위치와 풍속 등을 다시 분석해 정리한 데이터를 말한다. 태풍 예보관 수 역시 총 12명으로 미국, 일본보다 부족하다.
기상항공기 제대로 활용 못 해
위성과 레이더에만 의존해서는 태풍의 정확한 특성이나 강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관측 공백 지역인 해상에서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자 분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 초에 기상항공기를 도입했지만, 정작 이번 태풍 관측에는 제대로 활용조차 하지 못했다. 항공이나 해상 관측을 통해 태풍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예보관의 분석 능력도 높아질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제주에 도달하기 2~3일 전에 기상항공기를 띄워서 항공 관측을 시도는 했지만, 기체가 작다 보니 태풍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서 드롭존데를 떨어뜨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박종길 인제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태풍이 오면 항공기를 띄워서 태풍 중심에 관측 장비인 드롭존데(Dropsonde)를 떨어뜨려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예측도를 높이고 있다”며 “태풍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태풍을 입체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