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독재자 프랑코 지우기'..과거사 청산작업 박차

2018. 8. 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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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내전 일으켜 집권한 프랑코 유해 국가묘역서 다른 곳으로 이전키로
국무회의서 이전 방안 확정..의회 인준 남아있지만, 무난히 통과될 듯
스페인 전몰자의 계곡 국가묘역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가 독재자 프랑코의 기억을 씻어내기 위한 과거사 청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의 묘역을 이장하고 그 자리에 화해를 위한 기념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24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의회 인준 절차가 남아있지만, 우파 정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국립묘역에서 프랑코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데 찬성하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정부 안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카르멘 칼보 스페인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에서 프랑코의 유해를 국가묘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현재의 묘역에서 프랑코의 유해를 파내 유족들이 원하는 곳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프랑코의 색채를 지워버리는 대신, 국립묘역을 평화와 화해의 기념시설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국립묘역인 '전몰자의 계곡'에는 쿠데타와 내전을 일으킨 뒤 1970년대까지 스페인을 철권통치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와 함께 1936~1939년 벌어진 내전 당시 양측에서 숨진 3만3천 명의 유해가 묻혀 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의 신원은 대부분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다.

군인이었던 프랑코는 1936년 총선을 통해 인민전선 내각이 수립되자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어 인민전선 정부군과 군부 간에 내전이 벌어지자 정부군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모인 의용군이 합세해 프랑코를 상대로 싸웠다. 그러나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지를 등에 업은 프랑코의 군부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프랑코는 내전에서 이긴 뒤 이 묘역을 조성하고는 국가 화해의 상징이라고 일방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스페인을 40여년간 철권통치한 프란시스코 프랑코(가운데)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오른쪽)의 1974년 회동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150m 높이의 세계 최대 규모의 십자가가 설치돼 멀리서도 한눈에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이곳에 프랑코 본인도 1975년 사망 후 거대한 바실리카 양식의 화강암 구조물로 된 특별묘역을 조성해 혼자 묻혔다.

'프랑코 지우기'는 우파 국민당 내각을 실각시킨 뒤 집권한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프랑코 묘역의 이전이 이번에 처음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

스페인 의회는 지난해 당시 제1야당이던 사회당 주도로 프랑코의 유해를 이전하는 내용의 발의안을 표결에 부쳐 350명의 의원 중 198명의 지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이끌던 우파 정부는 구속력 없는 이 발의안을 외면했다.

국민당은 국무회의 의결 소식에 이번에도 즉각 반발했다.

파블로 카사도 국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산체스 총리에게는 미래를 향해 국민을 이끌기보다는 과거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면서 "정부가 더 나은 현재를 위해 힘을 모으지 않고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내는 데 골몰한다"고 비난한 것으로 스페인 언론이 전했다.

국민당은 정부 방안이 확정되면 대법원에 제소할 방침이다.

산체스 총리의 계획은 의회에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이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4석을 차지한 제1당이기는 하지만, 여당인 사회노동당과 더불어 급진좌파 포데모스, 바스크국민당, 카탈루냐 분리주의 계열 정파 모두가 정부 안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지난 5월에도 다른 모든 정파가 국민당 내각에 대한 불신임에 찬성하는 바람에 스페인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중도에 내려놓는 수모를 겪었다.

스페인 정부는 내달 의회 심의에서 정부 안이 최종 의결되면 지체 없이 프랑코의 유해 이전에 착수할 방침이다.

칼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더는 끌고 갈 수 없는 이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 묘역 이전 외에도 과거사 청산작업 전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기에 행해진 정부의 만행을 재조사하고 당시 사법부가 독재정권에 협력해 내린 결정들을 재심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yonglae@yna.co.kr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왼쪽)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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