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초 물병·거미줄 옷.. 쓰레기 뒤처리도 필요없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8.08.25. 03:08 수정 2018.08.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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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골칫덩이 플라스틱·비닐 대체할 천연소재 제품 잇따라

미국 뉴욕에 있는 디자인업체인 크렘(Creme)은 지난달 말 플라스틱 일회용 커피컵을 대체할 호리병박 컵을 공개했다. 호리병박은 과거 여러 나라에서 물병이나 그릇으로 활용했지만 크렘의 호리병박 커피컵은 원하는 모양대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회사는 박에 3D(입체) 프린터로 찍어낸 투명 틀을 씌워 컵 모양으로 자라게 했다.

버섯 스티로폼·꽃게 비닐·호리병박 컵… 전세계가 플라스틱 퇴출작전 -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지구적 문제가 된 가운데 일회용 컵이나 상품 포장재로 쓰이는 플라스틱을 친환경 자연 소재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지난달 23일 게 껍데기의 키틴과 폐목재의 셀룰로오스로 식품 포장에 쓸 수 있는 투명 필름(가운데 사진)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에코베이티브는 곡식 껍질 같은 농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키워 병이나 전자제품을 보호하는 친환경 포장재(왼쪽)를 개발했으며, 호리병박을 컵 모양의 투명 틀 안에서 키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오른쪽)도 등장했다. /미 조지아공대·에코베이티브디자인·크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포장재, 비닐을 생분해성 생체 재료로 바꾸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호리병박에서 버섯·게딱지·해초·거미줄 등 다양한 자연 재료가 플라스틱 대체재로 개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의 힘으로 분해하려는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버섯으로 만든 와인 포장재 플라스틱은 가볍고 내구성이 좋아 각종 상품의 포장재로 널리 쓰인다. 포장재의 50% 정도가 플라스틱 소재이다. 스티로폼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구업체 이케아는 최근 5년 내 매장에서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스티로폼 포장재를 미국 에코베이티브가 개발한 버섯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특히 버섯 포장재는 농업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로 만들어 플라스틱을 줄이고 쓰레기도 처리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

버섯의 기다란 몸통은 균사체라는 관 모양의 섬유로 이뤄져 있다. 에코베이티브는 곡식 껍질이나 짚 등 농업 폐기물에 버섯 균사체를 섞었다. 이것을 포장재 모양의 틀 안에 넣고 키우면 6일 만에 딱딱한 포장재가 완성된다. 균사체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열처리를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버섯 포장재는 나중에 매립하면 90일 만에 완전 분해된다.

미국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지속가능한 화학과 공학'지에 게껍데기와 나뭇조각으로 포장용 비닐을 대체하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게껍데기에서 플라스틱처럼 고분자 물질들이 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키틴이란 물질을 추출했다. 여기에 식물의 껍질을 이루는 고분자 물질인 셀룰로오스를 섞어 페트병 소재와 유사한 물질을 만들었다. 카슨 메레디스 조지아 공대 교수는 "게껍데기로 만든 포장재는 산소 투과율이 페트(PET)보다 67%나 적어 식품을 더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초로 만든 물병, 거미줄 신발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1분에 100만개씩 생산되는 물병도 심각하다. 플라스틱 물병은 매년 소비량이 20%씩 증가해 2021년에는 5833억개에 이를 전망이다. 아이슬란드의 산업디자이너인 아리 존슨은 해초로 페트병을 대체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홍조류에서 추출한 한천을 물에 풀어 틀에 넣고 물병 형태를 만들었다. 물이 담겨 있으면 모양을 유지하지만 비면 바로 분해가 시작돼 쓰레기를 남기지 않았다.

신발이나 의류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소재 합성섬유도 친환경 소재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크레이그 바이오크래프트는 지난 20일 미 육군에 방탄복에 들어갈 거미줄 직물을 납품했다. 이 회사는 거미줄 유전자를 누에에 넣어 인공 거미줄을 대량 생산했다. 인공 거미줄 직물은 기존 방탄복에 들어가는 합성섬유인 케블라보다 훨씬 강하면서도 부드럽다는 장점이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독일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도 앞서 지난 2016년 인공 거미줄로 만든 신발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신발은 합성섬유 제품보다 15%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테리아·애벌레가 플라스틱 분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연구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 연구진은 지난해 폴리에틸렌 소재의 비닐봉지를 먹어치우는 나방 애벌레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애벌레에서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물질을 찾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응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박테리아로 플라스틱을 분해하거나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는 최근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32.4% 향상된 박테리아 효소를 찾아냈다. 김범수 충북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발효 기술이 발달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도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도의 호수에서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박테리아를 찾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발효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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