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은 징벌인가.. "은메달 기원", 특혜 둘러싼 끝없는 논란

장영락 2018. 8.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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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을 맞아 운동특기자들의 병역 특혜를 두고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큰 대회마다 반복되는 운동특기자 병역특혜 논란현재 병역법은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남성 운동선수들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병역특혜 논란은 야구대표팀에서 불거져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병역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은 현재 우리 사회의 의무복무제가 합당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더욱 활발하고 심도 있는 토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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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 입영행사가 열린 1월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현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아시안게임을 맞아 운동특기자들의 병역 특혜를 두고 다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방안을 두고도 논쟁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의 오래된 화두인 ‘병역’이 새롭게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큰 대회마다 반복되는 운동특기자 병역특혜 논란

현재 병역법은 올림픽 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남성 운동선수들에게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예술체육요원은 기초군사훈련만 마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요원 업무를 수행하므로 사실상 병역면제와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번 아시안게임 병역특혜 논란은 야구대표팀에서 불거져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단체구기 종목 특성상 팀에 큰 기여가 없는 선수도 병역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시즌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일부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돼 자격 시비가 일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대회 때마다 스포츠팬들이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대표팀에 대한 여론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관련기사에서는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댓글이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을 정도다.

◇뚜렷한 ‘병역=징벌’ 인식

이러한 여론에서는 병역을 일종의 징벌로 보는 인식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병역이 복무자에게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특례나 면제가 혜택으로 이해될 일은 없으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정치인 기업인들의 군 면제 논란이 생길 일도 없다. 그러나 현역병들은 상당 기간(현재 육군 기준 21개월) 군 시설에서 신체적인 자유도 빼앗긴 채 적은 임금을 받고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들 사이에서 군생활의 트라우마에 관련된 농담이 세대를 초월해 통하는 것도 이처럼 병역이 요구하는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 때문이다. 그들에게 군생활은 ‘신성한 의무’이기 전에 일종의 ‘보편적 징벌’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나라를 대표해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병역 특혜를 줘도 된다’는 생각이 쉽게 용인되던 시대도 지났다. 이번 논란은 불공정한 병역 이행이라는 오랜 문제가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터져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공평성 없는 의무, 언제까지?

병역을 징벌로 보는 인식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군필자들의 강경한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청년층 성인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지뢰탐지 작업과 같은 어려운 업무에 동원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최근 국방부가 이같은 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자 비난 여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같은 병사들 사이에서도 업무 강도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지만, 동기가 어찌됐든 병역을 거부한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겪은 것보다 더 고되고 어려운 임무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군필자들의 공통된 생각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병역이 유쾌하고 한번 쯤 해볼 만한 체험이었다면 이같은 주장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국방부가 병 복무자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이나마 해온 것도 이같은 불합리한 의무복무제 운영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지만 봉급이 인상돼 왔고, 현 정부 들어서는 현역병들이 주말에 외출을 하거나 통신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손상된 공평성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대접받고 있는 국가단위 스포츠 행사에서 팬들이 집단적으로 대표팀의 패배를 바라는 기이한 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 병역과 관련한 최근의 논란은 현재 우리 사회의 의무복무제가 합당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더욱 활발하고 심도 있는 토의를 요구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야구 국가대표팀이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영락 (ped1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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