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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위문공연은 '성 상품화'" vs "평범한 피트니스 공연일 뿐"

안승진 입력 2018.08.25. 09:03 수정 2018.08.25. 11:25
[스토리세계-군 위문공연 논란①] 성 상품화 이슈

“피트니스 선수들 공연인데 ‘성 상품화’라뇨?”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라온 한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에 대한 논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상에는 한 여성 피트니스 선수가 자신의 몸매를 강조하기 위해 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이를 두고 ‘성상품화’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성 커뮤니티들과 누리꾼들은 영상을 공유하며 군 위문공연 폐지를 요구하는 댓글,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남성 누리꾼들도 “군 위문공연을 적극 지지한다”, “위문공연을 성상품화로 몰고가는 것은 비상식적” 등의 청원을 올리고 있다.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라온 여성 피트니스 선수의 군 위문공연 영상. 출처=유튜브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대표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트니스 공연이 왜 논란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몸 관리하는 군인들을 위한 공연이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적으로 주목받기 위해 원초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최근 대중문화의 경향이 이러한 논쟁을 부추긴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군 위문공연 기획사 대표 “해당 영상은 피트니스 공연…이게 왜 ‘성 상품화’?”

기획사 대표 A씨는 논란이 된 지난 14일 경기도 안양에서 열린 군 위문공연에 “여성 피트니스 선수뿐 아니라 남성 선수도 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실제로 2시간 공연 동안 클래식 기타 연주가 있었고 걸그룹 2팀이 공연했고 마술쇼도 있었고 가야금 연주, 트로트 공연도 있었다”며 “공개된 피트니스 영상도 특정부위를 클로즈업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 전에는 피트니스 대회 주최사인 ‘ICN 코리아’ 서민석 회장이 나서 “군인들은 운동을 하며 몸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저희와 굉장히 궁합이 잘 맞는다. 피트니스가 무엇인지 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보여 드리겠다”고 해당 공연을 설명하기도 했다.

A씨는 “논란이 된 퍼포먼스는 실제 피트니스 대회나 서울시 등 지자체 공연에도 나오는 것이고 옷도 100만원 가량 하는 대회용 의상”이라며 “여성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는 바람에 언론이 받아쓰고 청와대 청원까지 가는 건데 솔직히 ‘성 상품화’ 논리는 오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청원에 모델 당사자가 ‘헐벗은 여성’이라고 표현돼 있는데 혹시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우려도 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기획사는 “풀영상을 보시고 새로 판단해 달라”며 유튜브 계정을 통해 군부대 위문공연 전체 영상을 공개한 상태다.

◆청와대 청원 “야한 옷 입고 자세만 취한 것이 위문공연?”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위문공연을 폐지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린 청원자는 “군 위문공연이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군 위문공연 폐지 청원.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청원자는 “여자아이돌 그룹이 반쯤 헐벗은 옷을 입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충분히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피트니스 모델이 속옷보다 야한 옷을 입고 자세만 취하는 것을 위문공연이라고 한다”며 “여성을 사람으로 보는 건지 진열대의 상품으로 보는 건지 기괴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인을 위한 여성의 헐벗은 위문공연이 왜 필요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꼭 폐지시켜 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23일 기준 1만7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여성단체 “선정적 무대 좋아할 거라는 군대문화가 문제”

여성단체는 군인들이 선정적인 무대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군대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3일 통화에서 “(군 위문공연 논란에 대해) ‘성 상품화’에 앞서 감수성의 문제”라며 “인권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란에 앞서 군인들이 선정적인 무대를 좋아한다는 누군가의 판단과 결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군인들을 성숙한 시민이라기보다 벗은 몸에 환호하는, 치마만 두르면 환호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위문공연을 보면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 생각을 하게 된다”며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거 외에 뭐가 있나. 이는 군인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대중문화의 상업성이 ‘성 상품화’ 논란 부추겨”

과도한 노출을 당연시하는 대중문화의 상업성이 ‘성 상품화’ 논란의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22일 통화에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자극적인 표현을 하게 된다”며 “가령 쩍벌춤 안무도 처음 나왔을 때 논란이었지만 최근엔 일상화됐고 하의실종 등 노출의상도 보편화했다”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최근 표현의 수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대중문화가 경쟁적으로 가다 보면 다른 쪽에서도 수위를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원초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콘텐츠가 부실해지고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육군 “해당공연은 외부단체 공연…재발방지 약속”

군 위문공연 ‘성 상품화’ 논란에 육군은 17일 “해당공연은 외부단체 공연이었다”며 “당시 공연은 민간단체에서 주최하고 후원한 것으로 부대 측에서는 공연 인원과 내용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군 위문공연 ‘성 상품화’ 논란에 대해 지난 17일 육군이 올린 사과문. 출처=페이스북

다만 “이번 공연으로 인해 ‘성 상품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외부단체에서 지원하는 공연의 경우에도 상급 부대 차원에서 사전에 확인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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