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유급지원병, 부사관 충원" 공언..또 헛구호 그치나
국회가 21일부터 2017년도 정부 예산 결산심사에 돌입했다.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예산심사는 많은 관심 속에 여야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 예산안을 확정하지만 여름에 열리는 결산심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행정부의 예산 집행 내역을 점검해 다음해 예산 지출에 참고할 수 있도록 지적하는 기능을 가진 결산심사의 중요성은 예산 심사 못지 않다.
올해에도 박근혜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예산이자 문재인정부 집권 첫해에 집행한 406조6000억원의 지출 내역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국방 분야에서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유급지원병과 부사관 충원 문제가 또다시 거론돼 병사 복무기간 단축을 앞두고 간부 중심 군 구조를 지향하는 국방개혁 2.0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숙련된 군 인력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도입한 유급지원병 제도는 국회 국방예산 결산심사에서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유급지원병은 현역병으로 복무중인 사람 중 지원을 받아 1년 6개월 범위 내에서 분대장 등을 맡는 하사로 연장 복무하는 유형-Ⅰ과 군 특성화고 출신을 전차, 구축함 운용을 위해 선발해 현역병과 하사 근무기간을 합쳐 3년간 복무하는 유형-Ⅱ로 구분된다. 급여는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 월 149만~209만원(2017년 기준)을 받는다.
장교나 부사관에 비해 복무기간은 짧고 급여는 병사보다 많은 유급지원병의 모집은 군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7회계연도 결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유급지원병 정원은 6216명(2013년)→6516명(2014~2015년)→8490명(2016~2017년)으로 증가했지만 실제 인력은 4555명(2013년)→3942명(2014년)→3283명(2015년)→3684명(2016년)→3959명(2017년)으로 정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민간보다 낮은 보수, 어려운 군 복무환경, 사회경력 단절 장기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의무복무기간이 끝난 유급지원병들이 복무를 연장하는 대신 전역을 선택해 정원 대비 운영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첨단장비 도입 증가에 맞춰 고가의 장비들을 전문적으로 운용할 인력을 확보하고자 유급지원병 정원 확대를 추진한 국방부가 정원만 늘렸을 뿐,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제도 도입 취지마저 훼손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유급지원병 급여를 일반 하사 수준(월 226만원)으로 인상하고 유급지원병 중에서 장기복무자를 추가 선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급지원병 급여를 인상할 경우 부사관과 준사관, 장교의 인건비 인상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인상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발표된 이후 역대 정권에서 추진했던 국방개혁의 큰 틀은 ‘간부 중심 군 조직 구성’이었다. 병력 감축과 병사 복무기간 단축까지 더해지면서 군은 전차, 함정 등 첨단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부사관 증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문제는 부사관 충원이 군 당국의 뜻대로 이뤄지지 못하는데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7회계연도 결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부사관 정원은 11만5000명(2013년)에서 12만4000명(2017년)으로 늘어났다. 반면 실제 부사관 수는 11만3000명(2013년)에서 11만2000명(2017년)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7년 기준으로 정원 대비 1만2000명이 부족한 셈이다. 계급별 정원 대비 실제 인원은 하사가 79.8%, 중사는 105.4%, 상사는 96.1%, 원사는 98.2%로 나타나 하사가 정원 대비 20% 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방부는 “열악한 근무여건 등으로 부사관에 대한 직업선호도가 낮아 하사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경제적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무원 등 민간인력을 확대해 부사관은 전투부대에 주로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현상은 취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ROTC나 학사장교, 부사관 모집 대상자인 대학생의 경우 취업준비를 의식해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사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었지만 ROTC는 28개월, 학사장교는 최소 3년 이상 복무해야 하므로 사회 진출이 늦고 취업이 그만큼 어려워지는 장교나 부사관 대신 병사로 복무하는 것을 선호할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군 간부 출신들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취업에 도움이 됐지만 현재는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의무복무기간보다 더 군대에 근무해서 얻는 간부 리더십이 취업에 이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셈이다. “병사로서 군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전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군 내에서 장교보다 지위나 복리후생, 근무환경 등이 열악하고 장기복무가 쉽지 않은 부사관을 충원하는 것은 장교 모집보다 더 어렵다.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줄어들면서 ROTC와 학사장교는 물론 부사관 충원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부사관 정원 확대가 병사 복무기간 단축과 규모 축소에 따른 전문 분야 인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사 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방개혁 2.0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의무복무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군에 남아 국토방위에 헌신하는 행위가 매력적이고 명예로운 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지 않으면 제도 개선 효과는 제한된다는 것이다. 대학 방학기간에 훈련받는 ROTC의 경우 장교로서 근무한다는 자긍심보다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 획득 등 스펙 쌓기에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더 많다. 유급지원병도 마찬가지다. 복무기간이 긴 학군장교 대신 ROTC를 선택하거나 아예 3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다. 부사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역시 장교보다 낮은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군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 명예로운 일로 인식되도록 정부의 정책마련과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간부 중심 군대 건설을 기치로 내건 국방개혁 2.0은 인력 문제로 좌초할 수도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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