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한국 남성 두 번 울리는 베트남 사기 결혼.."돈 보다 마음의 상처"

이동준 2018. 8. 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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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
2000년대 초반. 알선업체를 통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들과 묻지마식 결혼으로 이들과 결혼한 한국 남성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행이 막힌 일부 베트남 여성들이 소셜 미디어(SNS)에 몰려들어 한국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정부의 외국인 신부 결혼요건 강화 등의 조치로 한국 남성의 피해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지만, 돈과 한국 국적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 교묘해진 수법…SNS서 접근해 친분 쌓기부터
동남아 여성들과의 결혼 피해로 한국 남성들의 원성이 현지에 전해진 후 ‘작업녀‘로 불리는 이들이 과거 알선업체에서 벗어나 돈과 시간이 절약되고 많은 한국 남성을 만날 수 있는 SNS로 활동영역을 바꿨다.

이들은 SNS에 글을 게재한 한국 남성에게 한국 또는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는 등의 말로 접근하며 경계심 낮추는 작업을 우선한다.

그 후 친분이 쌓이면 이를 악용하여 선물이나 돈을 요구하고, 관계가 더 깊어지면 결혼을 빙자해 거액을 요구한다.

이들은 동일 목적의 현지 여성들과 SNS를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이들로부터 한국 남성의 성격이나 대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악용한다. 이들은 한국 남성의 헌신적인 면이나 결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 착한 심성 등을 이용하여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이들은 이러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으면 쉽게 관계를 단절하거나 외도로 상대 남성의 심리를 교묘히 압박하는데, “오랜 시간 이들 작업녀와 대화하며 마음을 빼앗긴 생태에서 거절도 빠져나오기도 힘들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 “뒤늦게라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수법에 넘어가 결혼을 결심한 A씨를 만나 피해와 교제 중 남긴 사진, 메시지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베트남 여성과 교제하며 그의 고향을 방문해 부모를 만나는 등 순탄한 모습을 보였다.

A씨는 결혼 전 여성에게 오토바이 구매비용과 집수리비용 등으로 수백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여성의 가족은 ‘약혼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A씨에게 많은 돈을 요구했고, 결혼이 코앞인 A씨는 ‘베트남 결혼 풍습‘ 정도로 여기며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

베트남은 결혼 시 남성이 여성의 집에 돈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여성과 가족은 이를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결혼을 위해 준비한 약 1000여만원을 화장품, 스마트폰 등 사치품 구매에 사용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결혼을 파기하면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A씨가 결혼하려던 여성은 SNS에서 ‘작업녀’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여성은 두 대의 전화기에 여러 유심칩을 번갈아 사용하며, A씨의 돈으로 구매한 제품을 현지에서 되팔아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

또 그는 교제 당시 ‘미혼’이라고 A씨에게 말했지만 이혼조차 하지 않은 유부녀였으며, 그는 A씨와 교제하는 동안 다른 남성과 동거하고 있었다.

A씨는 “결혼식부터 올리자고 재촉하는 그가 의심스러워 이혼을 요구하고 돈을 주지 않자 연락을 끊어버렸다”며 “사용한 돈은 ‘벌어서 갚겠다‘고 말하고 차단했다. 돈은 잃었지만 사기 결혼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와 결혼을 빙자해 수천만원을 요구한 베트남 여성. 피해 남성은 "돈 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다"고 말한다. (사진= 제보자 제공)
여성의 집에서 촬영한 사진. 여성의 가족은 ‘약혼 계약금’이라는 명목으로 A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반면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 여성의 사기극에 몸도 정신도 지쳐 한동안 사업에 신경조차 쓰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 쯤. 앞서 설명한 수법으로 다른 한 여성이 다시 A씨에게 접근했다.
A씨는 지난 아픔을 여성에게 솔직히 말하며 거절했지만, 여성은 ‘당장 결혼 할 수 있다’고 A씨를 설득. A씨는 새로 알게 된 여성과 대화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작업녀’였다. 그는 A씨를 속이기 위해 자신의 정보는 비공개로 하고 뒤에서는 다른 일을 벌였다. 이를 눈치챈 A씨의 추궁과 실망이 뒤따르자 앞선 여성처럼 연락을 차단했다.

A씨는 “돈을 잃었다는 생각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깊고 힘들다”며 “언젠가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슬픔을 드러냈다.

한편 취재 도중 익명을 요구한 남성으로부터 다른 피해사례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 후 자녀를 낳아 행복했다”던 B씨는 아내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가출해 한국으로 일하러 온 베트남 남성과 동거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베트남 남성과 동거하면서도 ‘아이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매월 1~2회 B씨의 집을 찾아온다.
B씨는 “아이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해서 신고하지 않고 이 상태로 머물고 있다”며 “결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누군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원한다면 절대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지인도 아내가 가출해 홀아비 신세가 됐다”며 “한국에 시집와 남편과 행복하게 사는 여성도 있지만 국적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시집오는 여성이 분명 있다. 우리는 운이 좋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주변에는 한국으로 시집와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이주여성들이 많다.
반면 앞서 피해사례에서처럼 한국 남성들의 돈과 얼마 후 얻게 될 국적을 위해 결혼의 단꿈을 모두 짓밟고 마음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베트남 여성도 있다.

이들 모두를 가려내고 선별하기는 매우 힘든 일로, 피해자를 포함한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국적취득요건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상당수 있다.
중국인 밀집지인 서울 대림동의 한 여행사에서 '불법체류자 비자 대행'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산산이 부서진 결혼의 단꿈, 한국 남성들이 받은 상처를 수면으로 끌어내 되짚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법체류를 비롯하여 편법을 동원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이 우리 사회에는 많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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