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특파원+] 트럼프의 '북한 비핵화 꿈', 물거품되나

국기연 2018. 8. 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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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토록 함으로써 북핵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폼페이오 장관이 기자 회견을 통해 북한 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무기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유로 북한의 비핵화가 지지부진하고, 미·중 간 무역 전쟁의 와중에 중국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돕지 않는다는 2가지를 들었다.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현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곧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의심스럽고, 역대 미국 정권이 하지 못했던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의 실책

미국의 CNN은 25일 프리다 기티스(Frida Ghitis) 칼럼니스트의 기고를 통해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서 실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기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통령 업무 수행에 관해 스스로 A+를 준지 하루 만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면서 “이는 그의 북핵 위협 종식 전략이 현재까지 실패했다는 점을 거의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더는 북핵 위협이 없다”고 선언했고,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말한다고 자랑했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은 널리 예고돼왔다고 기티스가 강조했다.

기티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선언 이후 2개월이 지났으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슨 약속을 했든 핵 프로그램 해체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이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이 서해 미사일 발사장 해체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핵 시설 리스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 리스트는 북핵 협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제시한 대북 정책 목표가 북한의 비핵화이지만 현시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최고의 협상가를 자처하면서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함에 따라 현재의 결과가 예고됐었다고 기티스가 강조했다. 

◆불길한 징조

미국의 언론 매체인 복스(Vox)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는 정말로 나쁜 징조”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핵 협상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고, 북·미간에 지난 몇달 동안 뜨뜻미지근하게 진행돼온 협상이 궤도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폭탄 제거 분야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아 실망하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대북 정책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에 격노했다고 복스가 지적했다.

이 매체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향후 6∼8개월 사이에 핵탄두의 60∼70%가량을 미국 측에 넘기라고 요구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종전 선언과 핵시설 리스트를 맞교환하는 협상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사이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제재의 숨통을 죄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바람을 빼버렸다고 이 매체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결정으로 인해 9월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3차 남북 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복스가 지적했다.

북한과의 대화가 완전히 결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 또는 군사 옵션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에 대한 원유 전면 금수 조처를 요구하거나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금융 기관과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처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가 백악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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