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무역전쟁, 中이 美를 이길 수 없는 이유 '넷'

유희석 기자 2018. 8.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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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
中 무역, 대미 의존도 훨씬 커..무작정 보복관세 매길 수 없어
달러의 힘도 막강, 위안화로 대응 못해..美 국채 팔면 中 손해
미중 기술격차 현저, ZTE 사례가 대표적..유럽·日 등도 미국편

[편집자주] 지난 3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각서에 서명, 선제공격에 나서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의 잇단 공격에 중국도 반격에 나섰지만,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싸움의 균형은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점차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집요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확연히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에 소비도 늘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왜 미국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1. 무역규모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대중 수출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55억달러인데 반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1299억달러에 그쳤다.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품 규모가 중국보다 매우 크다는 의미다. 게임으로 치면 '시드머니'의 수준이 아주 다른 것이다.

또 중국은 미국에 각종 기계류, 전자제품, 의류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대중 수출이 농산물 중심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대미 수출이 막히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공장을 옮길 수 있지만,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무작정 줄일 수 없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자 사료가격 급등으로 중국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은 것도 약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의존도는 2016년 각각 26.58%, 37.05%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수출의 대미 의존도는 18.4%에 이르지만, 미국 수출의 대중 의존도는 4.5%에 불과하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 달러패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기축통화인 달러화 발행권을 가진 나라다.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1.88%로 40%에 육박하는 달러화의 20분의 1에 그쳤다.

중국처럼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달러 등 외화보유액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외 신용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총 3조1121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 1조2000억달러가량도 보유한다. 무역전쟁 초기 중국이 미 국채를 갑자기 팔아 미국 금융시장을 짓밟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시장은 21조달러 규모로 중국이 갑자기 보유 중인 모든 미 국채를 내다 팔아도 별다른 영향을 주기 힘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 중국이 판 국채를 대부분 매입할 수도 있다.

투자회사 알파인매크로의 천 자오 수석 연구원은 "중국이 미 국채를 모두 팔고 독일이나 일본 국채를 살 수도 있지만, 이들 국채는 금리가 0%에 가깝다"면서 "중국이 미 국채를 판다면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대 경제금융대학원 리샤오(李曉) 원장은 "달러는 세계 결제화폐, 결산화폐이자 주요 자본시장의 교역화폐"라며 "중국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되도록 달러가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기축통화를 가지지 못한) 무역국가의 비극"이라고 했다.

3. 기술격차

미국과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여전히 격차가 상당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미국에 도전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심 기술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 제조가 불가능하다.

중국의 2위 통신장비업체 ZTE(중국명 중신통신) 사례가 대표적이다. ZTE는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해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를 받았다. 이후 미국 협력사로부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수입이 불가능해져, 회사가 문을 닫을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기술굴기(?起)'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외국인 투자 위험 조사 현대화법(FIRRMA)' 원탁회의를 열고 "우리의 성공 덕분에 다른 국가들이 미국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복제하려 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로 안전장치를 만들기는 했지만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FIRRMA는 특정한 국가의 자본이 미국의 첨단기술 및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 요건을 크게 강화해 적대적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 평가된다.

4.국제관계

중국은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동맹이 없다. 오히려 특허권 무시, 기술 탈취, 경제 보복, 제품 복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로 원성을 사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무역정책에 불만을 느끼는 것이 미국만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나라와 연합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브루스 앤드루스는 미 경제매체 CNBC에 "중국이 (중국의 무역 정책에 대한) 세계의 불만과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 힐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동맹국들과 힘을 합해 중국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서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연대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과 함께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을 바로 잡는데 힘을 합하고 있다. 지난 24일 워싱턴에서는 미국과 EU, 일본 대표단이 중국의 산업 보조금 및 국영기업 운영 등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공동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 갈등은 최소화하고 앞으로 중국과의 싸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부 관료들과 의회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장기 프로젝트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전달했다. 한 백악관 관료는 악시오스에 "대통령은 100% 중국에 몰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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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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