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고]일본의 혐한,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노윤선 | 고려대 인문역량강화 사업단 연구보조원 입력 2018.08.26. 20:57 수정 2018.08.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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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유튜브에서 일본 극우 세력의 동영상 채널들을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그들의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한 도를 넘은 혐오 발언(Hate Speech) 때문이다.

2018년 8월15일, 73주년 광복절을 맞아 영화 <카운터스(Counters)>가 개봉되었다. ‘카운터(counter)’는 영어로 ‘반대하다’ ‘받아치다’라는 뜻이다. 일본의 혐한 시위나 혐오 발언에 반기를 들고 행동으로 나선 사람들을 칭하는 카운터스는 일본에서 2013년에 등장한 시민단체이다.

혐한은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혐오 발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언론에서의 혐한 담론 출현 경위를 살펴보면, 1990년대 초에 등장한 글로벌 시대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면에 노출됨으로써 일본과 우리나라 언론에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피해를 증언한 이후, 일본의 최대 유력 종합월간지인 ‘문예춘추(文藝春秋)’(1992년 3월호)의 특집대담 기사에 실린 혐한 담론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이 특집대담 기사가 우리나라 일간지에 보도되고, 한국에서의 보도 사실이 다시 일본 일간지에 게재되었다. 이후 혐한 담론은 일본 언론에서 현재까지 반복 재생되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 즉 혐오 발언이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며, 지구촌 세계화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혐오 발언은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을 배척하기 위해 편견과 폭력을 부추기는 차별 발언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이 거치는 단계들에 대해 증오범죄 연구자인 브라이언 레빈은 ‘증오의 피라미드’ 5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1단계는 편견, 2단계는 편견에 의한 행동, 3단계는 차별 행위, 4단계는 폭력 행위, 마지막인 5단계는 제노사이드(인종학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일본의 혐한과 혐오 발언에 대해, 1·2단계인 편견과 편견에 의한 행동을 계속해서 묵인하고 내버려둔다면 3·4단계인 차별과 폭력 행위는 과격한 시위 양상으로 계속해서 발전될 것이고, 5단계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과 유사한 사건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다. GDP는 미국의 70%에 육박했고, 인구도 1억2000만명인 큰 나라였다. 이러한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졌다. 한순간에 무너져 잃어버린 20년을 넘어 지금 잃어버린 30년을 걱정하고 있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것은 국가와 기업을 이끈 지도자들이 미래 변화를 통찰하지 못하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시스템을 고치지 못한 것이 주요인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다시 일어서기 위해 왜곡된 민족주의와 애국심 고취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 정치뿐만 아니라 문화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결국 이는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인색함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역사미화라는 또 다른 잘못된 의사결정들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혐한은 일본 자국민들의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저하시키는 것들에 대한 강력한 거부반응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고, 이 혐한은 다시 혐한 시위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극우 세력이 한국과 한국인을 증오하는 데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과 한국인을 이토록 멸시하고 모욕하고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혐오와 증오는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된 감성이며, 느닷없이 폭발한 것이 아닌 훈련되고 양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본의 혐한을 절대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오히려 혐한을 이루는 성분들을 천천히 하나하나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넘어 작동하고 있는 혐한의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고찰해야 할 것이다.

<노윤선 | 고려대 인문역량강화 사업단 연구보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