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트 체크] ① 靑은 "취업자 늘었다".. 현실은 60분의 1토막

최규민 기자 2018. 8. 2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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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장하성 실장 주장 맞나

고용 참사와 빈부 격차 증대로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론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경제지표까지 열거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취업자 수, 고용률, 상용 근로자 증가 등을 거론하며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계를 현실과 동떨어지게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은 오히려 확산될 전망이다.

①취업자 늘었다고? '고용 참사' 수준인 취업자 수를 문 대통령이 "늘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구가 늘고 성장하는 우리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취업자 수는 매년 20만~30만명은 늘어야 정상이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당초 32만명으로 잡았다. 그러다 달성이 불가능해지자 목표를 18만명으로 대폭 줄였는데,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0만명 안팎을 기록하다 7월엔 5000명으로 급락했다. 1년 전 증가분(31만3000명)에 비하면 60분의 1 토막이다.

②고용률 늘었다고? 고용률이 증가했다는 발언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지난 7월 현재 67%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생산 가능 인구(15~64세)로 나눠서 구하는데, 분모인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취업자 수가 늘지 않아도 고용률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7월 고용률이 감소한 것은 일자리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방증한다.

③상용 근로자 늘었다고? 문 대통령은 '상용 근로자'가 증가한 것을 현 정부의 성과인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상용 근로자 수와 비율은 2002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또한 상용 근로자에는 1년 이상 계약직도 포함돼 있어 '일자리의 질'이 정말 좋아지고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올 들어 월평균 23만개 사라졌다는 사실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④소득 늘었다고?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이 증가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2분기 연속으로 저소득층 소득은 크게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 소득은 크게 늘면서 빈부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으로 확대됐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린다'는 소득 주도 성장의 명분이 뿌리째 흔들릴 만한 지표다. 특히 1분기에는 1·2분위(소득 하위 각 20%, 40%)에만 나타났던 소득 감소가 2분기에는 3분위(소득 40~60%)까지 확대되면서 중산층마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⑤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늘었지만… 청와대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갖고 "최저임금 영향이 고용에 미치는 것은 없다는 증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임금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 처음 자영업에 뛰어들 때 적은 수나마 고용원을 두고 가게 문을 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⑥지난 정부보다 성장 나아졌다고? 문 대통령은 "성장률도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집권 첫해인 2017년 3.1% 성장률을 올려 3년 만에 3%대 성장을 회복했다. 그러나 갈수록 성장 동력이 떨어져 올해는 2.9%, 내년에는 2.8%로 하락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박근혜 정부 4년간 평균 성장률(2.98%)을 넘는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또 최근 고용 악화 등의 원인을 전 정부, 심지어 전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현 정부가 경제성장률만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건 민망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를 배제하고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지표를 설명하는 모양새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대통령은 전반적인 경제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기재부 장관이 통계치를 언급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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