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오퍼튜니티"

전승민 기자 2018. 8. 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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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화성 탐사로버, 거대한 모래 폭풍 후 교신 중단
화성탐사 로봇 오퍼튜니티.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난 6월 지구와 교신이 끊어진 화성 탐사 로버 ‘오퍼튜니티’가 사실상 회생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오퍼튜니티는 지난 6월 10일 거대한 먼지폭풍에 휩싸인 후 연락이 두절된 지 2개월이 지났으며, 현재로서는 교신 가능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골프 카트 크기의 차량형 탐사 로봇으로, 2003 년 6월 발사돼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했다. 본래는 90일 동안 활동할 목적으로 발사됐으나 예상외로 화성 환경에 잘 적응해 14년 째 지구로 다양한 화성의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까지 화성의 붉은 표면 위에서 마라톤 경주 거리(42.195㎞)이상을 이동하면서 화성 표면에서 과거 물이 있었다는 증거인 산화철과 물이 흐른 흔적을 잇따라 발견하는 등 과학적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5월 말 발생한 화성의 거대한 모래 폭풍(dust storms)이 화성 전체로 확대되면서 햇빛을 받지 못하자 전원이 끊겼다. 오퍼튜니티는 태양빛을 받아 필요한 전력을 얻는다.현재는 휴면상태로 시계를 제외한 모든 기능을 정지한 채 모래폭풍이 걷히길 기다리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장시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시스템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내장배터리마저 모두 방전된다. 이후에는 모래 폭풍이 걷힌다 해도 전력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을 2~3개월 정도로 추정하기 때문에 현재는 더 이상 전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6월 발생한 화성의 모래폭풍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오퍼튜니티와 달리 2012년 8월 화성에 도착한 또 다른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모래폭풍에 아랑곳 하지 않고 활발한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7월말 큐리오시티는 자신의 ‘셀카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큐리오시티는 오퍼튜니티와 달리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내는 열에서 전기를 얻는 ‘핵전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햇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활동할 수 있다. 

오퍼튜니티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소량 내장하고 있지만 영하 75도까지 떨어지는 화성의 날씨에 전자회로가 오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난방장치’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런 극저온의 날씨 역시 오퍼튜니티에 내장된 각종 부품이 조금씩 노후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퍼튜니티가 촬영한 자신의 모습. 여러장을 촬영해 합성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NASA는 오퍼튜니티 운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퍼튜니티는 지난 2007에도 대형 먼지폭풍에 휘말려 며칠간 지구에서 보내는 신호에 응답을 못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휴면에서 깨어난 뒤 지금까지 탐사활동을 계속해 왔다. 이 당시 오퍼튜니티와 동시에 화성에 착륙한 쌍둥이 로봇 ‘스피릿’은 지구와 완전히 교신이 끊어졌으며 오퍼튜니티만 살아남은 바 있다. 스피릿은 2210일 동안 활동했다.

NASA는 이달 16일(현지시간) "배터리는 폭풍 전에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고 다른 전자회로, 기타 부품 등이 너무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폭풍우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 전력 시스템만 살아 있다면 희망을 걸어볼만 하다"고 설명했다. 화성은 대기가 옅기 때문에 오퍼튜니티가 먼지에 파묻히거나 바퀴가 빠질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시스템만 살아난다면 지구와 다시 교신이 가능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NASA는 만일 오퍼튜니티가 극적으로 깨어나면 먼저 로봇의 상태나 배터리, 태양 전지 및 온도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내장된 시계를 다시 설정하는 등 정상화 조치를 할 예정이다.

화성의 모래폭풍은 시속 110㎞의 속도로 불어 태풍에 가까우며, 먼지를 수십 ㎞이상 높이로 날아올려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다. 한 번 불기 시작하면 짧게 며칠부터 수개월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6월 당시 모래폭풍은 화성표면의 4분의 1정도를 뒤덮었다. 점차 약해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며칠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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