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생활 SOC'라고 명명했지만 결국 SOC에 기대는 文정부

하남현 2018. 8.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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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박물관 등 '생활 SOC'라 명명
정부, 지자체 12조원 투자
투자·고용 절벽에 'SOC 확대'로 사실상 선회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사회간접자본(SOC) 개념을 들고 나왔다. ‘지역밀착형 생활 SOC’다. 도서관, 미세먼지 방지 숲 등을 지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대변되는 대형 토목공사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ㆍ고용 절벽’에 놓인 정부가 문패만 다르게 건 변형 SOC 투자를 통해 경기 부양을 꾀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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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7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생활 SOC 확충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관련 예산 규모를 8조7000원으로 정했다. 올해(5조8000억원)보다 2조9000억원(50%) 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분을 더하면 총 투자 규모는 12조원에 이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도로나 철도와 같은 공간ㆍ개발 중심의 기존 SOC와 별도로 박물관, 전통시장 주차장 등 생활 밀접 시설을 생활 SOC로 재분류했다.

구체적으로 ‘1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 확충에 내년 한 해 1조6000억원이 쓰인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개선과 같은 생활안전 인프라 확충에 2조3000억원, 취약지역 도시재생 사업에 1조5000억원이 내년에 투입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SOC 투자를 줄였다. 올해 SOC 예산은 전년 대비 14.4% 급감했다. 그런데 비록 이름은 다르지만 SOC 투자 확대 방안을 내놓은 건 고용과 투자가 극심한 부진에 처해 있어서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대비 5000명에 머물렀다. 2010년 1월 이후 최소치다. 올 2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10.8% 감소했다.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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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SOC 예산 감축이 ‘일자리 쇼크’에 한 요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SOC 예산이 감소함에 따라 전국의 일자리가 4만3000개 감소하고, 실업률이 전국 평균 0.18%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활 SOC 확충을 통해 지역에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SOC 투자 축소 기조가 변한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과거 대규모 건설ㆍ토목 공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생활SOC는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고 말했다.

생활 SOC에 토목ㆍ건설 사업 등 전통적인 기존 SOC 사업까지 더해지면 내년 실질적인 SOC 예산은 올해보다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SOC 확대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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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SOC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리려는 정부의 방침은 나쁘지 않다는 견해가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SOC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일자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SOC 예산을 너무 급격하게 깎은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SOC는 단순한 건설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고령화에 대비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준비 작업이 돼야 한다”며 “생활 SOC의 개념을 업그레이드해 미래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적절한 정부 투자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민간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투자와 고용의 주체는 결국 민간이 돼야 한다”라며 “민간 투자의 길을 넓히는 규제 완화, 기술 혁신 유도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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