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재명 "공사원가 공개, 민간건설사업자 영업비밀 침해 아니다"

최경준 2018. 8.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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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원가 공개 심층 토의'로 해법 모색.. "서철모, 화성 경로당 짓는데 평당 850만 원?"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일 경기도청에서 ‘공공건설 전격 해부! 경기도 공사 원가 공개 심층 토의’ 소셜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 이재명페이스북캡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일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 방침에 대한 건설업계의 반발에 대해 "민간 공공건설 사업자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공공건설 전격 해부! 경기도 공사원가 공개 심층 토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도나 도시공사가 공공건설공사를 맡은 민간사업자에게 얼마를 줬는지 공개하는 것은 영업비밀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어 "민간사업자가 전적으로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는 민자투자사업도 정부가 주기로 한 총액은 공개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면서 "그보다 훨씬 위험 부담이 적은 즉시분양 아파트의 경우에도 원가를 공개하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논쟁이 많으니 다시 한번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도민의 알 권리 및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계약금액 10억 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에 대한 세부내역 및 공사원가를 다음 달 1일부터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4년간 계약체결을 완료한 사업까지 소급 적용된다. 특히 원가 공개 대상에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한 아파트 건설원가도 포함되자, 건설업계는 '영업비밀 노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날 '경기도 공사원가 공개 심층 토의'에는 이춘표 도 도시주택실장과 경기도시공사 관계자, 김헌동 본부장 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 권순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최용화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의는 이재명 지사가 SNS 등을 통해 소셜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했고,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기술력 드러내지 않으려 소극적으로..." vs. "누가 영업비밀 알려달라고 했나?"

이날 토의는 민간건설사업자가 참여하는 공공주택 건설의 공사원가를 공개할 경우 영업비밀 침해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되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우선 이재명 지사는 "공공주택을 짓는데 실제 얼마가 들어갔느냐를 따지는 게 아니고 도시공사에서 얼마에 발주했는지를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비닐하우스를 짓는데 500만 원에 지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업자는 기술이 좋아서 다른 사람은 300만 원에 짓는데, 실제로는 200만 원밖에 안 들었다. 만약 진짜 얼마가 들었는지 공개하라고 하면, 이건 영업비밀 침해일 수 있다. 재료를 얼마나 싸게 사 왔는지, 조립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런 걸 우리가 알 필요는 없다. 누가 그런 영업비밀 알려달라고 했나? 발주자와 시공사가 얼마에 계약했냐는 걸 알려달라는 거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감시 팀장도 "민간이 참여했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공공주택이고 공공주택법에 따라서 진행됐기 때문에 (민간사업자의) 영업비밀이 우선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권순형 이사는 "원가 공개를 해서 그 내역을 가지고 합리적인 가격인지, 어떤 공사는 부실해서 공사비를 더 줘야 하는 건지, 사회적으로 검증을 받으면 된다"며 "마치 원가공개 자체가 가격을 낮추려는 목적이라는 발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화 교수는 "땅을 깎았을 때 분명히 토사였는데 공사비를 부풀리기 위해서 암반으로 둔갑시키거나, 파이프를 5미터 박아야 하는데 10미터 박는 거로 부풀리기가 된다"며 "그런 것이 투명해지면서 부실공사가 줄고,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도 원활하게 진행되는 등 원가 공개 정책은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공공건설 사업이 턴키공사(시공업체에서 설계까지 맡아 처리하는 공사)로 진행되는데, 민간사업자로서는 자기의 노하우나 기술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설계 등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헌동 본부장은 "만약 과거에 어떤 민간업체가 기술력 등을 통해서 분양가를 낮추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실질적 돌아갔다면 타당한 얘기지만, 그런 노하우로 얻은 이익은 민간업체가 전부 가져가지 않느냐"면서 "게다가 그걸 알려달라는 게 아니라 분양할 때 설계내역서, 계약내역서 등 도시공사가 가지고 있는 문서만 공개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도시공사 측은 도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지는 행복주택이나 장기임대분양 아파트와 달리 즉시분양 아파트의 경우는 민간사업자와 책임을 나눠진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턴키방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도시공사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업체는 설계와 시공 등 건축비용을 내는데, 분양이 안 됐을 경우 민간업체가 함께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일 경기도청에서 ‘공공건설 전격 해부! 경기도 공사 원가 공개 심층 토의’ 소셜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 최경준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즉시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민간사업자가 위험과 손익을 일부 분담하는 측면이 있어서 약간의 우려를 하는 것 같은데, 민간사업자가 실제 얼마를 들여서 했느냐는 것이 아니라 도시공사와 주고받은 돈이 얼마냐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비밀과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특히 경실련에서 제시한 민자투자사업의 원가 공개 판례를 주목했다. 이 지사는 "민간이 전적으로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는 민자투자사업도 정부가 주기로 한 총액은 공개해야 한다면 그보다 훨씬 위험 부담이나 손실 부담이 적은 즉시분양 아파트의 공사 원가도 공개하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이건 논쟁이 많으니 다시 한번 법률전문가들의 의견과 판례 등을 검토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며 "도시공사도 결론을 미리 정해놓지 말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민의 예산이 낭비되지 않게 하는 데에 주된 관심"

앞서 이재명 지사는 공공건설사업 공사원가 공개를 하면서 국민들이 알기 쉽도록 분석 자료도 함께 제시해 달라는 경실련의 요청에 대해 "공무원이 하기는 어렵고, 경기연구원 등에 의뢰해서 통계를 뽑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서철모 화성시장은 경로당 짓는데 평당 850만 원이라 해서 '왜 그렇게 비싸게 짓느냐'고 놀랐다가 다른 지역은 900만 원대로 화성시보다 더 비싸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며 "공사의 단가가 많이 부풀려져 있다는 말씀이어서, 도에서는 유형별로 평당 건축비가 얼마인지 점검해서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저는 도민의 예산이 낭비되지 않게 하는 데에 주된 관심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지사는 "민간건설사들이 자신의 기술개발 노하우를 얻는 건 권장하고 그걸 막을 생각은 없다"면서 "다만, 도민의 세금으로 하는 일들이 도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현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다음 달 1일부터 경기도 및 소속기관, 도시공사 소관의 10억 원 이상 건설공사의 경우 설계내역서, 계약(변경)내역서, 하도급내역서, 원하도급 대비표 등 공사원가 자료를 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현재까지 경기도는 공공건설공사의 경우 발주계획, 입찰공고, 개찰결과, 계약현황, 대가지급 등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사원가 자료가 담긴 세부 내역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자료를 보려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한다. 지방계약법 제 43조 등이 계약과정과 자료 등을 공개토록 하고 있지만, 공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4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전국최초로 시 발주 공사 세부내역과 공사원가를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재명 지사는 "엄청난 비난과 반대가 있었지만, 공사 세부내용이 공개되자 민간공사와 비교해 부풀리기 설계인지를 알 수 있어 공사비 거품이 꺼졌고, 성남시는 이런 예산 절감을 바탕으로 가성비 좋은 복지 사업을 펼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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