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압 논란 선 그었지만..통계청 독립성 논란 확산 [이슈+]

박영준 2018. 8.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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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통계, 정치도구 안 되도록 심혈".. 靑 "독립성 훼손 지시 안 해" / 2018년 1, 2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 / 저소득층 소득 급감.. 분배지표도 악화 / 부정적 결과 나오자 15개월 만에 경질설 / 靑 "文정부 통계청에 간섭할 생각 없어" / 조사 수정계획 묻자 강 청장 "신중 결정"

통계청장 교체 인사가 촉발한 통계청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8일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가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으로 교체된 배경 등을 놓고 맞붙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황 전 통계청장이 이임사에서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가 말을 썩 들은 편은 아니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며 “과거 (황 전 청장의) 발탁 배경도 소득주도성장 지원의 적임자라면서 왜 청장을 바꾸느냐”고 꼬집었다. 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이 “황 전 통계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윗선 말을 잘 듣지 않았다’고 했는데 윗선이 누구냐”고 묻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두 “(황 전 청장과) 통화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임 실장은 “과거 정부 때도 보면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에 대체로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는데, 정치적인 고려나 사건 때문에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희가 이전 청장이 계실 때 통계에 개입한 적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 청장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문재인정부는 통계청의 독립성에 개입하거나 간섭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황 전 청장이 ‘제가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한 인터뷰 등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선 김 대변인은 “그건 그분의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마련하려고 통계청장을 교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에도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논란은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다. 강 청장은 통계청이 내놓은 올 1분기 가계소득동향 표본 선정 및 해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분기 통계에서 지난해 5500명이던 표본 가구를 8000가구로 확대했는데 통계청이 확대한 8000가구 표본에 저소득층 1인가구와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며 전년대비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강 청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표본이 잘못됐다기보다, 표본은 표집 기술상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가중치를 부여해 전국적인 대표성을 갖게 하는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 방법에 대해 좀 더 면밀히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는 1분위(소득 최하위 20%)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야권 등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됐다는 근거로 이 통계를 활용했다. 이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인사가 통계청장에 임명되자 즉각 ‘코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통계청 안팎에서도 가계소득통계 표본 오류에 따른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
전문가들은 통계청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임 통계청장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책의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안 나온다고 해서 통계가 의심스럽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통계청의 독립성이나 신뢰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표본 선정에 따라 표본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허용범위 내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표본 설계 방식을 바꾼다고 해도 결과가 바뀔 수는 없다”며 “통계란 것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고 전문적, 안정적이야 한다. 통계청의 독립성, 통계청장의 임기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이날 대전정부청사에서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통계는 특정한 해석을 위해 생산될 수 없다”며 “그러한 염려를 할 만한 결정을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압 논란 등에 선을 그었다. 강 청장은 가계동향조사와 관련해 시계열을 단절하거나 수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토론을 거쳐 발전방안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박성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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