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오후3시 하교' 추진에 "업무 많다" 반발하는 교사들

권중혁 기자 2018. 8.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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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돌봄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1∼4학년의 하교시간을 늦추는 방안이 나오자 현장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모(30)씨는 "저학년의 경우 부모들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 훈육이 덜 돼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빨리 마치고 남은 업무를 여유롭게 하는 게 장점이었는데 하교시간이 늦춰진다면 평생 저학년을 맡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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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공백’ 문제 해결을 위해 1∼4학년의 하교시간을 늦추는 방안이 나오자 현장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과중한 업무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가뜩이나 저학년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하교 시간까지 늦춰진다면 ‘저학년 기피’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신모(30)씨는 지난주 개학을 맞았다.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인 신씨는 28일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신씨는 “저학년 아이들은 주변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아침 일찍 출근해 수업준비를 한 뒤 사실상 쉬는 시간 없이 시달리면 진이 빠진다.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해도 대책 없이 하교시간을 오후 3시까지 늦추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의 하교시간을 일원화하는 ‘더 놀이학교’(가칭)를 27일 제안했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시간은 오후 1시 안팎인데, 학습시간은 유지하되 휴식과 놀이시간을 늘려 오후 3시에 하교토록 하는 방안이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가 일찍 하교하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학내 돌봄교실이 있지만 수용인원이 적어 결국 부모 퇴근시간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등 사교육 과잉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초등학교가 교육과 돌봄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흐름”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초등학교 모든 학년이 오후 3시 이후에 동시 하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등교사 커뮤니티에도 이번 방안을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정말 어이없고 너무 화가 난다”며 “현실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현직 교사들의 의견을 전혀 들어보지도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솔직히 학교에서 애들 놀 공간이 어디 있냐”며 “체육관도 두 반이 오면 꽉 차서 좁은데 교실에서 가위바위보나 2시간씩 해야 하는 거냐. 뛰어 다닐 공간, 쉴 공간도 없는 좁디좁은 환경에서 무슨 놀이시간을 가지라는 건지”라고 비판했다.

‘저학년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모(30)씨는 “저학년의 경우 부모들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 훈육이 덜 돼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빨리 마치고 남은 업무를 여유롭게 하는 게 장점이었는데 하교시간이 늦춰진다면 평생 저학년을 맡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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