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시점 놓고 복잡해진 중국 셈법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2018. 8. 2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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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절 방북 여부 놓고 찬반 엇갈려
견고한 북중 관계 과시 효과 있지만
시진핑 주석이 감당할 정치적 부담 가중될 수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시점을 놓고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시 주석이 9.9절(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북한을 방문하기로 확정했다고 보도한데 이어 일부 외신이 시 주석의 9.9절 방북을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키고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비협조를 부각시키면서 큰 변수가 생겼다.

중국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 형식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매우 우려하고 있고, 미국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판뒤집기에 크게 당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선언하며 그 이유로 북한의 적대적 자세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 배후에 중국이 있음을 암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 차례나 불러들이는 등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던 중국으로서는 뒤통수를 얻어맞았던 셈이었다. 결국 북한이 자세를 낮추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철회하면서, 중국은 일정기간 북핵협상 무대에서 목소리를 죽여야만 했다.

이미 김 위원장이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시 주석의 올해 방북은 기정사실이라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그 시점이 9.9절이 될 것이냐를 놓고는 중국 정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9.9절에 방북한다면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밀착해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중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참여로 상실했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했음을 알릴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대미 협상에서도 중요한 카드를 손에 넣었음을 의미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빡빡한 각국 정상들의 일정도 시 주석의 9.9절 방중설에 힘을 싣고 있다. 9월에는 시 주석이 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9월 18일에는 유엔 총회가 개막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가기로 결정했다면 갈 것이고, 안가기로 했다면 안가는 것이지 미국의 비판이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시 주석이 9.9절을 선택해 방북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도 의외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때 방북해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외교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혹 북한이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관련 무기들을 등장시키기라도 할 경우 미국의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만 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 주석이 정권을 잡은 뒤 첫 방북이라는 점에서 9.9절 방문이 단독 방문 형식이 아닌 점도 마뜩치 않을 수 있다. 다른 나라 국가 원수들도 초청돼 온 행사 형식상 첫 방문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현재 유엔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줄 마땅한 선물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당장 코 앞에 닥친 9.9절 방북이 껄끄러운 이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무역전쟁을 연계시켜 중국을 비난하는 점도 시 주석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시 주석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주석의 외국 방문이 통상 5~7일 전에는 공식 발표돼 왔다는 전례를 고려할 때 다음 주면 시 주석의 9.9절 방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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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김중호 특파원] gabob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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