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BMW 화재,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 박용성 BMW 리콜 TF 결함조사 반장

전성필 기자 2018. 8. 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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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화재, 근본 원인은 ‘EGR 작동 빈도 SW 설정’
정부 책임자 SW 문제 첫 인정
"하드웨어만 문제"라는 BMW 측 주장 뒤집어
냉각기 크랙에서 유출된 알콜 성분 냉각수도 조사 중

‘BMW 차량의 발화 원인’을 조사중인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기획조정실장이 29일 "BMW 차량에 결함을 발생시킨 근본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 빈도를 과도하게 늘린 소프트웨어(SW) 설정"이라고 분석했다. BMW 측은 차량 화재 원인으로 ‘하드웨어 결함’이라고 주장해왔다.

박 실장은 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주관 ‘BMW 차량 화재 관련 공청회’ 직후 디지털편집국 기자와 만나 "엔진 전문가로서 화재 원인을 분석한 결과 BMW 측이 배출가스 규제를 지키기 위해 EGR 냉각기(쿨러)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EGR을 많이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EGR이 지나치게 많이 작동되면 냉각기에 크랙(틈)이 발생할 정도로 많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된다"고 밝혔다.

20일 경북 문경시 불정동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달리던 BMW 중형세단 520d 차량에서 불이 나고 있다.이 차량은 /문경소방서 제공

박 실장은 현재 국토부 산하 ‘BMW 리콜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결함조사반장을 맡고 있다.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실무책임자다. 그는 2000년대초부터 국내에서 발생한 각종 자동차 결함 조사를 담당해온 엔진 전문가다.

그간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이 BMW 차량 화재 원인을 놓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정부 측 결함조사 책임자가 소프트웨어 설정에 따른 화재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MW는 지난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이고, EGR 밸브 오작동으로 냉각되지 않은 뜨거운 배기가스가 빠져나가 침전물에 불이 붙으면서 엔진 화재가 발생했다"며 하드웨어 결함이 화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BMW는 이 전제를 근거로 출고된 차량에 대해 EGR 냉각기와 밸브를 개선된 부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를 청소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BMW 측은 하드웨어만의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하드웨어(부품)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은 맞다. 하지만 왜 하드웨어에 불이 붙게 됐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결국 EGR을 지나치게 많이 작동케 하는 소프트웨어 설정과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BMW 측으로부터 ‘자체 결함원인 태스크포스(TF)보고서’와 ‘차종 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맵’, ‘설계변경 및 해당엔진 리콜 관련 자료’ 등을 제출받아 정밀 조사하고 있다."

그래픽=박길우

-도대체 BMW 화재 원인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EGR 처리용량이 100%라면 보통 60%정도 만을 사용한다. 나머지 40%는 여유가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작동빈도를 설계한다. 하지만 BMW 차량은 여유가 없이 80% 이상을 사용한다. 처리할 수있는 용량 이상의 배기가스가 EGR로 들어오면서 처리되다보니 순차적인 문제들이 생기게 됐다.
EGR의 밸브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연소실로 들어가는 배출가스재순환량(EGR 량)을 조절해 질소산화물 발생량을 줄여준다. EGR이 많이 작동하면 그만큼 질소산화물을 많이 감소시킬수 있다. 반면 연소실 내에서 불완전연소가 발생해 매연(Soot)이 배출된다.
EGR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매연이 많이 포함된 배기가스가 EGR 시스템을 통하여 다시 흡기관으로 유입되면서 기름찌꺼기가 남게 된다. 이 기름찌꺼기가 고온의 배기가스를 만나면서 플라스틱 흡기관에 천공(穿孔)을 냈고, 불이 엔진룸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불은 하드웨어 부품에 붙었지만 불까지 오게 된 원인은 추적하자면, EGR을 과도하게 사용하도록 만든 소프트웨어 설정이 문제가 됐다."

-BMW 차량 EGR 냉각기에 크랙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냉각기 크랙도 소프트웨어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MW 측은 차량 화재 원인으로 EGR 냉각기의 결함만 지목했다. 그래서 냉각기의 결함(크랙)이 발생한 부분을 보강하는 식으로 리콜하고 있다.
그러나 동일 사양의 냉각기를 적용한 다른 차종이나 타 제조사 자동차에서는 비슷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유독 BMW의 특정 자동차에서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BMW 측의 EGR 작동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BMW 차량에서만 냉각기 크랙이 발생하는 것은 BMW가 EGR 냉각기 내구용량에 비해 많은 양의 배기가스를 EGR로 통과시키도록 설정한 게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BMW가 프로그램 설정을 통해 EGR 밸브를 과작동토록 했고, 이 때문에 많은 양의 배기가스가 EGR에 유입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EGR 냉각기가 고온의 배기가스로 인해 열적인 충격을 계속 받으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결국 약한 부분에서 크랙이 발생한다. 또 EGR 작동량을 늘리면 질소산화물 양은 줄지만, 매연이 많이 배출되면서 EGR 밸브와 바이패스 밸브, EGR 파이프, 냉각기, 흡기관 등에 매연 퇴적을 가속화해 EGR 밸브의 작동불량 혹은 고착, 냉각기 파손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EGR 냉각기에서 새어나온 냉각수는 문제 없는가.
"EGR 냉각기에서 누출된 냉각수에 곧바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엔진 냉각수의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과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은 알콜 성분으로 인화점이 각각 99도 111도로 매우 낮다. BMW는 에틸렌글리콜이 포함된 냉각수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물과 섞인 에틸렌글리콜 부동액의 인화점을 조사해야 한다.
EGR 냉각기에서 유출된 냉각수가 최대 500도인 고온의 배기가스와 냉각수와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수에 불이 직접 붙었을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화염 방사기’가 되는 셈이다. 이 부분은 현재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조사 중인 또 다른 화재 원인 가능성은 없는가.
"배기가스가 수도 없이 순환하면서 EGR 밸브와 흡기관에는 카본찌꺼기 등의 오염물질이 쌓인다. 자동차 엔진에서는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에서 새는 가스인 블로바이 가스(blow-by gas)가 나오는데, 이 가스에는 미량의 엔진오일 성분이 있다. 이 오일성분은 환경에 해로워 대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흡기관으로 다시 순환시키도록 규제되고 있어 있다.
흡기관에는 일반 공기와 EGR 가스, 블로바이 가스가 함께 순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화점이 일반 매연(600도 이상)에 비해 낮은 250~300도 정도 낮은 기름찌꺼기가 퇴적된다.
문제는 EGR 밸브 혹은 바이패스밸브에 매연이 쌓이면서 오작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연 퇴적으로 인해 EGR 밸브 혹은 바이패스밸브가 열린 상태에서 고온의 배출가스가 EGR 시스템을 거쳐 흡기관으로 들어온다면, 흡기관에 쌓여있던 발화점이 낮은 기름찌꺼기와 고온의 배기가스가 만나면서 순간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 이 불이 플라스틱 흡기관을 녹이고 천공을 만들어 엔진실 전체 불로 번질 수 있다."

그래픽=박길우

-배출가스 규제와 이번 BMW 화재 사고와 연관이 있는가.
"2014년 9월부터 유로6라는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이 마련됐다. 유로 6는 기존 유로5보다 배출가스 기준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유로5의 질소산화물 배출 실내 인증기준은 0.18g/㎞다. 그러나 유로6로 가면서 0.08g/㎞로 2배 이상 강화해 사실상 무배출시스템(Zero Emission) 수준을 맞춰야 했다. 당시 완성차 업체들은 EGR, 배기가스후처리장치(LNT·SCR) 등의 기술을 통해 엄격해진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BMW도 마찬가지다. 특히 EGR 기술은 소프트웨어 적으로 작동 빈도를 제어할 수 있어서 동일한 하드웨어 부품으로 각 국가의 배출가스 인증시험과 규제 기준을 효율적으로 충족 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부분의 디젤 자동차에 적용됐다.
그러나 인증기준을 맞추기 위해 제조사들이 EGR을 많이 작동시키니 배기가스가 흡기관으로 더 유입돼 매연이 증가하고, DPF에도 매연이 많이 포집이 돼 작동 주기가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인지한 자동차 메이커가 실제 도로 주행 때는 EGR 작동 빈도를 줄이는 기능을 넣었다가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돼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다.
실제로 2016년 환경부가 디젤차 20개 차종을 대상으로 위의 실도로 운행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BMW 520d만 유일하게 실제 도로 배출가스 기준치를 충족했다.
BMW가 다른 제조사와 달리 EGR이 실제 도로에서도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EGR을 임의 조작하지 않았던 것이다. 환경규제를 만족했다는 점은 BMW로서도 잘한 것이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앞서 설명한 문제점들이 쌓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에 비해 한국에서만 유독 BMW 차량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행 환경 차이와 폭염 두 가지 측면이 있다. EGR은 보통 저속·저부하(통상 1500~2500rpm) 구간에서 주로 작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 모델의 자동차라도 EGR이 작동되는 저속구간에서 많이 운행하면 더 많은 배기가스가 EGR로 유입되면서 EGR 밸브와 바이패스 밸브, EGR 파이프, 냉각기, 흡기관 등에 매연 퇴적을 가속화할 수 있다. 가다 서다를 반복 운행하는 도심 지역 운행 자동차에서 문제가 더 빨리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도로 상황은 유럽에 비해 도심 주행 속도가 낮아서 EGR이 작동하는 빈도가 높아 문제가 더 빨리 발생 했을 것이다.
여름 폭염으로 엔진룸의 온도가 높아졌고, 에어컨 사용으로 배기가스 온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또 흡기구를 통해 엔진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고 부피가 커져 연소실로 들어오는 공기(산소)의 양이 적어 지고, 엔진의 출력이 떨어진다. 동일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운전자는 엑셀을 더 밟을 수 밖에 없고, 더 많은 연료가 엔진에 분사돼 배기가스 온도가 평소보다 더 높아진다. 이로 인해 하드웨어적 문제가 더 빠르게 진행된다."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기획조정실장

-일부 민간 전문가들이 화재가 나는 BMW 차량의 EGR 밸브가 냉각기 앞에 위치해 불이 쉽게 나는 구조였다고 지적한다.
"EGR 밸브가 뒤에 있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냉각기 앞에 밸브를 설치하면 냉각이 필요할 때만 밸브를 열 수 있다. 그러나 냉각기 뒷부분에 설치하면 냉각기가 늘 고온의 배기가스에 노출된다. 냉각기 크랙 발생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특히 EGR 밸브가 후단에 위치하면 냉각기내에 응축수가 생겨 매연물질이 퇴적될 수도 있다. 냉각기의 온도가 100℃ 이하이기 때문에 고온의 배기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가 물로 응축돼 매연과 쌓이고 냉각기가 부식될 수 있다."

-화재가 난 BMW 차량이 흡기관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흡기관을 과거와 같이 알루미늄으로 사용했다면 천공 등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특별히 리콜 대상 BMW 차량에만 플라스틱 흡기관을 쓴 게 아니다. 최근 제조되는 차량들은 대부분 기능성 플라스틱 흡기관을 사용한다. 플라스틱은 기본적으로 가벼워 차체 중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성형을 쉽게 할 수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는 활용도가 높다.
자동차 흡기관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보통 240도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 내열성을 갖고 있다. EGR 냉각기를 거쳐 흡기관에 유입된 배출가스는 흡입공기와 흡기관에서 혼합돼 온도가 더 낮아져 배기가스 온도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알루미늄이냐 플라스틱이냐 재질 차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게 아닌 것이다."

-BMW 측이 향후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가.
"BMW 측이 밝힌 리콜 계획에 따르면 냉각기 교체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구성이 강화된 냉각기로 교체해 크랙이 발생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처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 더 고쳐야 한다.
EGR 밸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열림 상태로 고정됐을 때 DPF 재생을 위한 연료분사 기능을 차단하고, 운전자에게 알리는 기능을 추가해 즉시 서비스센터에서 점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단순 배출가스 경고등이 아닌 위험경고를 줘 신속하게 점검받도록 해야만 한다. 냉각기에 크랙이 발생하거나 바이패스 밸브가 고정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또 근본적으로는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면서도 EGR이 과도하게 작동하지 않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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