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야생동물 천국은 3천년 전 유목인 유산

2018. 8. 30.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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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의 마라-세렝게티 평원은 수백만 마리의 누, 가젤, 얼룩말이 떼 지어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이 손때 묻지 않은 야생의 사바나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유목인들이 가축을 이끌고 이동한 결과로 형성된 생태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3700∼1550년 전의 유적지 토양이 신석기 유목인들이 일시적으로 가둔 가축의 배설물에서 기원한 영양분 덕분에 3000년 동안이나 비옥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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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비옥하고 생태계 풍부한 지름 100m 타원형 '핫 스폿' 곳곳에 남겨
초식·육식 동물과 가축 몰리며 비옥도 유지..인류는 '생태계 엔지니어'

[한겨레]

동아프리카 케냐 세렝게티 평원의 누 떼. 이곳 생태계의 틀을 만든 것은 신석기 시대 유목인들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외른 크리스티안 토리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아프리카의 마라-세렝게티 평원은 수백만 마리의 누, 가젤, 얼룩말이 떼 지어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이 손때 묻지 않은 야생의 사바나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유목인들이 가축을 이끌고 이동한 결과로 형성된 생태계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 다른 지역의 사례와 함께 이번 연구결과는 소규모 유목이 환경을 망가뜨리기는커녕 비옥하고 다양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피오나 마셜 미국 세인트루이스 주 워싱턴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30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케냐 남서부에 있는 신석기 시대 유목 유적지 5곳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3700∼1550년 전의 유적지 토양이 신석기 유목인들이 일시적으로 가둔 가축의 배설물에서 기원한 영양분 덕분에 3000년 동안이나 비옥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무가 없는 타원형 초지대가 케냐의 신석기 유목 유적지로, 가축 임시 울타리가 있던 곳이다. 구글 어스 프로 제공.

열대 아프리카의 토양은 일반적으로 영양 결핍 상태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탠리 앰브로스 미국 일리노이대 인류학 교수는 “아프리카 사바나에는 키 작은 나무와 덤불이 듬성듬성 나 있고 대부분 토양이 드러난 헐벗은 모습”이라며 “그러나 가축을 가두었던 핫 스폿은 상당한 넓이에 걸쳐 풀이 빽빽하게 난 경관을 연출한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위성 사진과 토양 측정을 통해 지름 약 100m의 타원형 핫 스폿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밝혔다. 케냐 남부에서 2000∼3000년 전 여러 집단의 유목인이 소·염소·양을 초원에 방목했다. 이들은 밤이 되면 포식자와 도둑을 피해 가축을 울타리에 몰아넣었다가 아침이면 다시 풀어놓는 일을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되풀이했다. 이 기간 동안 울타리 안에는 가축의 배설물이 쌓였다.

케냐 유목인이 밤 동안 가축을 임시 울타리 안에 가두고 있다. 신석기 시대 이래 이런 형태가 유지된다. 피오나 마셜 제공.

고대 유적지 토양에서 연구자들은 인, 질소, 마그네슘, 칼슘 등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이 고농도로 검출했다. 칼슘 농도는 방목하지 않은 이웃 지역보다 2∼10배나 높았다. 가축 배설물은 분해돼 최고 30㎝ 두께의 잿빛 퇴적토를 형성했다.

신석기 유목인이 떠난 뒤에 가축을 가두었던 비옥한 지역에는 다양한 풀이 번성했고 이를 먹으려는 초식동물과 이를 노리는 육식 동물 또는 다른 유목인의 가축이 찾아와 토양을 더욱 기름지게 했다.

유목인의 임시 울타리가 아프리카 사바나의 기름지고 풍요로운 초지 핫 스폿을 형성하는 개념도. 피오나 마셜 외 (2018) 네이처 제공.

이제까지 사바나에 비옥한 지역을 형성하는 요인으로는 산불, 흰개미 집, 화산재 등이 꼽혔다. 그러나 현재 볼 수 있는 규모의 핫 스폿을 형성하는 데는 사람의 영향이 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앰브로스 교수는 “흰개미 집 주변의 핫 스폿은 커봐야 지름 수 미터에 불과하다. 식생도 훨씬 단조롭고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도 적다”라고 말했다.

이런 기름진 타원형 땅이 초식동물의 대규모 이동 경로를 결정할 수도 있다. 마셜 교수는 “생태학자들은 세렝게티의 유명한 누 집단이동처럼 야생동물의 이동이 영양분이 풍부한 조각 땅의 위치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곳에는 우기에 풀이 빠르게 자란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지역의 풍부한 미네랄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를 하는 초식동물에 꼭 필요하기도 하다.

얼룩말을 앞세우고 대규모 이동을 하는 마라 평원의 누 무리. 이런 대규모 이동 경로는 비온 뒤 풀일 빨리 자라는 고대 유목지일 가능성이 크다. 생카 라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동부 말고도 지중해 동부 연안의 건조지대, 중앙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고지대 초원도 선사시대 유목인 덕분의 초원 생태계가 기름지게 됐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iona Marshall et al, Ancient herders enriched and restructured African grasslands, Nature, DOI: 10.1038/s41586-018-0456-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45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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