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덕시간 체험, 엄지 척"..아이들도 '불법주차' 차주 일갈

김동환 2018. 8.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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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쥔 아이들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눌러 쓴 메시지는 유리창과 범퍼, 손잡이 등을 가리지 않고 붙었다.

특히 아이들의 메시지가 많이 관찰됐다.

많은 아이들도 "어른들이 보기에 창피할 것 같아요" "얼른 차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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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쥔 아이들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눌러 쓴 메시지는 유리창과 범퍼, 손잡이 등을 가리지 않고 붙었다. 친구를 바라보던 한 아이도 쪽지와 펜을 집더니 한 마디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진입로 불법 주차 사건에 따른 주민들 분노가 29일 정문 근처에 세워진 차량 여기저기서 관찰됐다. 사라진 차주가 나타나 차를 가져가기를 약 7시간이나 기다린 주민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자 결국 차를 들어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스티커를 떼라는 차주와 규칙에 따라 처리했으므로 문제없다며 관리사무소가 대치하는 사이 사흘이나 흘렀다.

27일 오후 4시쯤 50대 여성 A씨가 전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자신의 캠리 차량에 주차단속 스티커를 붙인 데 분노해 지하주차장 진입로에 차를 세우고는 자리를 떴다. 주차장으로 향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운전대를 돌렸으며, 다시 나가는 차량과 인근 쇼핑몰을 오가는 손님들의 차량이 뒤엉켜 일대가 매우 혼잡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차량에도 분노한 이들의 메시지가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 29일 처음 붙은 쪽지들은 같은날 한때 철거됐지만, 누군가 오후 늦게 다시 종이함을 차 앞에 가져다 놓으면서 지나는 이들이 한두 마디씩 거들어 어느새 성난 주민들의 쪽지가 차량을 뒤덮었다.

특히 아이들의 메시지가 많이 관찰됐다.

어른이 되어서 부끄러운 줄 아시라는 말과 덕분에 뉴스에 나가서 기쁘다는 반응도 발견됐다. 학교 다닐 때 도덕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 같다는 지적은 어른들의 얼굴을 창피함에 달아오르게 했다. 비까지 쏟아졌지만 차를 에워싸고 쪽지를 붙이는 아이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붙인 주차단속 스티커에 불만을 품고 지하주차장 진입로에 자신의 캠리 차량을 세우고 자리를 떠난 차주와 관련, 주민들의 분노가 담긴 쪽지가 차량 곳곳에 붙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29일, 세계일보가 해당 아파트를 찾았을 때는 어른을 향한 아이들의 일갈 메시지도 볼 수 있었다.
 
 



딸을 데리고 아파트로 들어가던 한 여성은 차를 보며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어른이 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저런 일이 생긴 거야”라고 말했다.

아이가 어른들을 흉볼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녀를 데리고 서둘러 차를 지나가는 주민들이 종종 관찰됐다.

아파트 주민 B(7)양은 “질서를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라고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많은 아이들도 “어른들이 보기에 창피할 것 같아요” “얼른 차를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다 알고 있었다.

 

 
 
 



한편 주민들은 차량 조수석 유리창에 붙인 경고문에서 △불법주차 스티커가 붙은 사실에 불만을 품고 지하주차장을 막았으며 △경비원과 관리소 직원에게 막말을 퍼부었고 △경찰 신고로 즉시 이동을 요청했으나 귀하(차주)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주의 공식 사과와 차량 이동 등을 요청한 주민들은 30일 오후 1시까지 어떠한 조치도 없을 경우 ‘차량번호’와 ‘동호수’를 전체 엘리베이터에 게시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1시까지도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입주자 이름까지 공개하겠다고 경고했으며, 9월1일 오후 1시까지 변화가 없다면 해당 차량 유리창에 동호수와 입주자의 이름을 인쇄한 스티커를 부착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 |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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