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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기승전 탈원전' 보도 [녹색세상]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입력 2018. 08. 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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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어떤 보도가 있다.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잘 모르면서 아는 듯이 썼거나 또는 잘못 알고서도 잘못 아는 줄 모르고 틀리게 쓰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사실관계를 알면서도 자기주장을 위해 사실을 외면하거나 억지 논리로 사실을 감추고 거짓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다. 요즘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언론이 사회 공익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발신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도그마에 빠진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너지 전환 관련 보도다. 세계적으로 탈원전 운동과 정책이 등장한 배경을 모조리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언론이 주장하듯 원전이 안전하고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저렴하다면 왜 탈원전 에너지전환이란 거대한 움직임이 등장했을까?

왜 원전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어 있는데 신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투자액이 원전과 화석연료 투자액의 2배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걸까? ‘반(反)에너지전환’을 편드는 언론은 답해야 한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는지, 알고도 외면하는 건지.

최근엔 이런 보도도 있었다. 베란다 태양광이 번쩍거려서 이웃 간의 ‘광(光)’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베란다 태양광 패널이 주로 설치된 서울에선 2018년 8월 현재 관련 민원이 올해 설치 완료된 3만여 건 중 2건에 불과하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은 저철분 유리를 사용하기에 표면 반사율이 5.1%다. 8~10%인 유리나 플라스틱보다 낮다. 언론이라면 발표된 태양광 패널의 빛 반사율이 맞는지, 실제로 어느 정도 되는지, 해외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는지 등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여러 언론은 태풍 솔릭이 태양광 시설에 큰 피해를 줄 것처럼 불안해했지만, 전국 38만6000여개 시설 중 제주도에서 단 한 건의 사고가 있었을 뿐이다. 지난 8월22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산비탈에 설치됐던 태양광 발전시설이 훼손된 건 기초 토목공사 문제였음에도 태양광 발전 자체 문제로 몰아가기도 한다. 안전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과장과 왜곡은 곤란한데 말이다.

‘기승전 탈원전’ 보도는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원전 이용률 저하나 전력수급과 전력 요금 문제도, 한전 적자도, 영국 원전시장 우선협상자 지위 해제도, 모두 탈원전 탓으로 몰고 간다. 그간 원전 이용률이 왜 떨어졌나? 비정상을 정상화한 조치 때문이었다.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부분) 등 과거 원전 건설 부실로 생겨난 문제를 보정하기 위해 원전 정비 일수가 증가했다. 지진으로 인해 정지했던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지난 정부에서 강화한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해서 점검기간이 길어지고 재가동에 시일이 소요된 거였다. 원전 납품비리로 투입된 위조 부품을 안전등급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한전 적자는 국제연료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봄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정지 등과 연결되어 있었다. 잘 진행되던 원전수출이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문제가 된 게 아니었다. 영국원전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한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12월이었고, 그 이후 영국 상황이 바뀐 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있지도 않았던 전력대란을 마치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과장하고 탈원전 정책 탓에 전기요금이 인상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새로운 시대적·경제적 조건하에서 기존 산업이 재편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때 산업화 동력을 제공했던 원자력은 이제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재생가능에너지시대로의 전환은 더이상 미룰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되는 시대적 대세다. 언론은 이런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혜롭게 대응하기 바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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