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테러가 촉발한 이슬람 공포..난민사태로 터졌다
“이슬람 교리는 대한민국 윤리와 정서에 절대 동화될 수 없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 난민 반대집회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인천에서 온 난민반대 단체 회원은 이날 “여성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고 어린 소녀들과 부부관계를 맺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도록 허용하는 이슬람교는 종교를 넘어선 이데올로기”라며 “조혼, 일부다처제, 강간, 테러, 교리를 어기면 태형, 명예살인, 배교시 참수 등 이슬람교 교리는 대한민국의 윤리와 국민정서에 절대 동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집회 참가자인 경기도민 이모(45)씨도 테러의 위험을 들어 “외국을 다니며 무슬림을 겪어본 사람이 많은데 테러 뉴스를 볼 때마다 원인은 무슬림이었다고 한다”며 “무슬림이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무슬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 이슬람 공포가 드리웠다. 먼 나라의 종교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이슬람교가 어느덧 공포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우리사회는 언제부터 이슬람 공포에 휩싸이게 됐나. 1970년대 중동과 교류를 시작으로 한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슬람교는 2000년대 이슬람 단체들의 잇단 테러를 시발점으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제주난민사태는 이슬람에 대한 각종 루머들을 낳으며 혐오와 공포를 본격화했다.
◆ 보수 종교단체가 촉발한 이슬람 공포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초반 국제사회에 9.11테러 등 이슬람 단체의 테러소식이 전해지며 변모했다. 일부 보수 종교단체는 ‘이슬람 경계론’을 펼치며 국내 이슬람 사원 건설을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각종 포럼을 열어 “이슬람권이 한국을 점령하려 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부산, 경기 광주에 이어 인천 남구에 지난 2013년 이슬람 사원이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종교 차별’을 이유로 계획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일부 개신교 단체들은 반대서명 운동을 전개하며 이슬람 사원에 강력 반발했다.
◆ 한국인 김모군 IS 가담…“한국도 테러 안전국이 아니다.”
지난 2월 국제적인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경기장 인근인 강원도 강릉에 무슬림 기도실을 설치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종교단체가 모여 이를 저지했다. 당시 기도원 설치를 추진했던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이슬람 기도실 설치는 타 종교단체의 형평성에 대한 항의 전화가 빗발쳐 사실상 계획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슬람 난민, 더 이상 남의 일 아냐” 본격화 이슬람 공포
난민 문제를 안고 있는 서방의 이슬람 관련 루머들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5년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북아프리카, 중동계 남성들의 집단 성폭력 사건이 ‘타하루시’라는 이슬람 문화로 소개되며 국내 여성들의 불안을 키웠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사춘기가 시작되지 않은 여자 아이는 강간·결혼·이혼해도 된다” “이슬람교가 아닌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서 처녀 72명을 상으로 받는다”는 가짜 이슬람 교리를 담은 이미지 파일이 공유됐고 ‘무슬림에게 성폭행당한 유럽 여성들’이란 제목으로 실제 무슬림과 관계없는 가짜뉴스들이 떠돌았다.
책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의 저자 김동문 목사는 “일부 기독교 안에서만 공유되던 이슬람포비아가 확산해 한국사회 전반까지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사회 혐오와 배제 문화와 어우러져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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