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전선 막후에 '230만 죄수 군단'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8. 9.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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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마늘, 세계 수출시장 80% 장악.. 강제노동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
세탁기 등 제조업 분야도 포함

중국 산둥성의 페이현(沛縣)구치소에는 매일 새벽 수확한 마늘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들어온다. 반나절 뒤 그 트럭들은 구치소에서 나와 '세계의 마늘 수도'로 불리는 인근 진샹현(金鄕縣)의 수출 창고로 달려간다. 트럭들이 싣고 가는 건 깐마늘이다. 마늘을 깐 사람들은 강도·납치·절도 등의 죄로 형을 살고 있거나 재판 중인 수감자들. 이들이 감시 카메라 아래서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깐 마늘은 전 세계 마늘 수출의 80%를 점유하는 진샹 브랜드를 달고, 일본·인도 등 전 세계 식탁에 오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 시각) "중국에서 죄수들을 동원한 강제 노동이 수출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지탱하는 비장의 카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감옥의 더러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 따르면 기·미결수를 합쳐 총 230만명의 죄수들이 수감 중인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죄수 대국이다. 중국은 이 죄수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면에서도 대국이다. FT에 따르면 죄수들의 노동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가공하는 중국 내 '죄수 기업' 수가 최소 55개에 이른다. 아예 계열사까지 거느린 교도소와 구치소까지 있다고 한다.

죄수들이 가공·생산하는 건 깐마늘뿐만 아니다. 핸드백·화환·세탁기 등 제조업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해외로 수출된다. 수감 시설에서 생산한 품목을 수출하는 것은 국제 무역 관련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노동 인구 감소로 방글라데시·베트남 등과 힘겨운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런 불법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부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에 몰래 숨겨놓은 쪽지를 통해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월마트에서 핸드백을 산 한 여성은 핸드백 안에서 중국 광시(廣西)좡족 자치구의 잉산구치소 수감자가 쓴 중국어 메모를 발견했다. '휴식도 없이 하루 14시간을 일한다. 정해진 일을 끝내지 못하면 두들겨 맞는다. 중국에서 수감자로 사느니 미국에서 개로 사는 게 나을 것이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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