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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 경질 논란, 통계참사인가 대응참사인가

송진식 기자 입력 2018.09.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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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9일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통계청장 교체 후 불어닥친 후폭풍이 문재인 정부를 집어삼킬 기세다. 문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넘긴 올 5월 초만 해도 75%가 넘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8월 30일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5.7%까지 떨어졌다. 석 달 만에 지지율이 20%포인트나 줄었다.

지지율 추락은 통계청이 5월 29일 ‘1분기 가계동향조사’ 자료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구소득이 줄어든 게 문제였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에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8월 17일 발표된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은 불붙은 공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1년간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6월 지방선거의 여당 압승도 지지율 추락을 막지 못했다. 악화된 통계지표를 두고 대응할 시점을 놓친 채 우왕좌왕한 청와대 역시 사태를 키웠다.

‘무대응’으로 화 자초한 청와대 이른바 ‘고용참사’로 불리는 7월 고용동향이 발표되기 전날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8월 16일 청와대 비서실 분위기는 종일 뒤숭숭했다. 이날 청와대에는 통계청으로부터 7월 고용동향 자료가 전달됐다고 한다. 통계청이 자료 발표 하루 앞서 청와대에 먼저 결과를 전달한 것이다. 이 자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와대가 모를 리 없었다.

<주간경향> 취재 결과 비서진들은 이 자료를 놓고 하루종일 격론을 벌였다.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가 주된 논쟁의 대상이었다. 토론은 퇴근시간을 넘겨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이 나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토론의 결과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통계청의 발표가 있던 날 청와대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무대응의 대가는 컸다. 여론은 들끓었다. 전년 7월 대비 늘어난 취업자 수는 고작 5000명, 수치만 놓고 보면 고용참사라는 표현만큼 적절한 게 없을 정도다. 지난해의 경우 매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는 평균 30만명을 웃돌았다. 청와대는 이틀 뒤인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어 고용문제를 논의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이날 이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고용지표와 5월 발표된 가계동향조사까지 ‘패키지’로 거론하며 최저임금 인상 등의 소득주도 성장 기조를 아예 폐기하라고 요구 중이다.

청와대가 고용지표 악화에 대응할 카드가 없었던 게 아니다. 올 들어 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8월 초 발표한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전망’ 보고서만 봐도 제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 감소,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임시고용직 감소 등을 원인으로 들며 고용지표가 한동안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문제는 일자리 감소와 연관이 매우 적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실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제조업에서만 전년 동월 대비 12만7000명이 줄었다. 지난해 7월의 경우도 제조업 취업자 수가 2016년 7월 대비 감소하기는 했지만 숫자가 4만7000명으로 올해보다 8만명이나 적었다. 청와대는 ‘남 탓’도 하기 싫었던 것일까. 제조업 취업이 줄어든 것은 조선산업 붕괴와 한국GM 사태 등의 영향이 컸다. 여기에는 제조업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고 차일피일 결정을 뒤로 미루며 ‘폭탄 돌리기’에 나섰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상될 만한 부작용들에 충분히 대응할 정책적·정치적 준비를 소홀히 했다는 게 문제”라며 “뒤늦게나마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을 확고히 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건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돌이켜보면 청와대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때도 우왕좌왕했다. 청와대는 아니라고 하지만 학계에서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교체를 사실상의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학계는 황 전 청장의 경질 원인으로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든다. 황 전 청장의 ‘친정’이기도 한 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1분기 자료를 보면 조사 표본이 워낙 이전 조사와 변화가 커 자료를 대조할 때 매우 신중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통계청은 ‘자료 비교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 줄만 밑에 안내했는데 좀 많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가계동향조사 자료도 발표보다 먼저 받아봤다. 그럼에도 발표 당일 문 대통령은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하며 “1분위 소득 감소는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우리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보고 싶다”고 말해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더욱이 이날 회의에서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원인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크게 대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내 경제기조 불협화음을 뜻하는 이른바 ‘김앤장’ 갈등의 단초가 됐다.

‘양적’ 통계 의존말고 ‘질적’ 통계 발굴을 통계로 시작된 논란은 통계청장의 교체로 절정에 달하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통계 조작 우려까지 제기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집권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통계 조작이나 통계를 임의적으로 해석해 왜곡하는 ‘마사지’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수량과 수치에만 국한된 양적 통계 지표에만 의존하는 한 정권 입맛에 맞게 통계를 손대고 싶어하는 유혹은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의 양적 통계를 보완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고용의 질적인 측면을 조사하는 지표다. 고용지표에 있어 성과를 단순한 취업자 수 증가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더 늘었는지 줄었는지 등을 보자는 차원이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나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등은 고용의 질적 수준을 조사하기 위한 지표를 마련해 시행 중이다.

통계청도 지난해부터 지표 개발에 착수해 올해 초 구체적인 지표안을 마련한 상태다. 지표안을 보면 임금, 근로시간, 산업안전, 고용안정, 고용차별, 일과 생활의 균형, 사회안전망, 노사관계 등 기존 고용통계에서는 볼 수 없던 다양한 질적 지표들이 담겨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양적 지표에만 의존하다보니 결과를 놓고도 다른 해석이 나오고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일자리의 질적 통계가 나온다면 더 다양한 측면에서 고용현황을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은 연말까지 지표를 확정한 뒤 구체적인 통계조사계획도 세운다는 방침이다.

가계동향자료 역시 좀 더 세분화한 지표 발굴을 통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소득불평등을 측정할 때 소득 상위 10%와 소득 하위 40%의 소득을 비교하는 ‘팔마 배율’이 주로 쓰인다. 유용한 자료이긴 해도 소득 50~90%까지의 중간소득층 변화가 완전히 무시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통계개발원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주거비용과 교육비(사교육비 포함) 지출이 유독 높다”며 “주거비나 교육비를 고려한 소득분배지표 등을 보조지표로 활용한다면 한층 국민들이 체감하기 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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