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자에 '몰카' 당했는데..학교측, "유포 안 할 학생" 두둔만

황예린 2018. 9. 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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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해당하는지 인지 못해" 학교측 부적절 대응 논란

[앵커]

경북 구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찍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학생의 휴대전화에서는 다른 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도 발견됐습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이 가해학생을 감싸며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려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학교 측은 저희 취재진에 이렇게 신체 일부를 몰래 찍는 게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구미에 있는 한 고등학교입니다.

이 학교 학생 A군이 B 교사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건 지난 22일입니다.

B 교사는 학교 측에 곧바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당시 A군의 휴대전화에서 B씨의 사진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이 학교 여학생들을 몰래 찍은 사진 10장이 나왔습니다.

A군은 학교 측에 "B 교사의 사진을 이전에도 찍었고, 이번에는 제대로 찍히지 않아 지웠다"고도 진술했습니다.

B 교사는 다음날 동영상이 유포됐을 수 있다며 학교 측에 경찰 수사를 의뢰했지만 그 반응이 황당했습니다.

[피해 교사 B씨 : 소심하고 내성적이라서 유포하지 않을 아이이다. 그런 유포에 대한 걱정을 하지 마셔라.]

가해 학생을 두둔하며 교내 징계로 끝내려 했다는 겁니다.

[경찰 관계자 : 경찰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할 의지가 과연 있었나? 하는…]

이 때문에 B 교사도 신고를 주저했다고 밝혔습니다.

[피해 교사 B씨 : 내가 잘못됐나? 내가 되게 교사로서 자격이 없나? 내가 학생을 이해를 못 해주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어요.]

학교 측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교감 : 가해 학생의 미래나 가해 학생의 걱정 이런 부분은 딴생각을 해서 자살을 한다거나 이런 것도 다음에는 더 충격파가 크지 않습니까. 그런 어떤 차원에서 얘기한 것.]

B 교사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교장 : 선생님이 피해를 당하는 걸 몰랐다는 것보다는 인지를 못 했다는 거죠.]

[교감 : 이게 성폭력에 해당된다는 것도 성폭력 게시판에 올라오고 난 뒤에 그걸 인지했다는 거죠. 그렇게 제가 무지한 거죠.]

실제 B 교사가 교육청에 직접 교권 침해 사실을 알린 후에야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고, 지난 29일 가해 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피해 교사 B씨 : (학생들이) 잠재적으로 학습하게 되는 거죠. 아 선생님도 저렇게 당했는데 아무것도 안 하시네. 아 원래 저렇게 당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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