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맞수들에 '조사' 맡긴 매케인..떠나면서도 '트럼프에 일침'(종합)

입력 2018. 9. 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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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부시 '메케인의 유산 계승' 다짐..딸 메건 트럼프에 '직격탄'
정계인사 총집결 속 트럼프는 초대 못받아..끝내 앙금 못털고 화해 실패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 (AP Photo/Pablo Martinez Monsivais)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보수 진영의 '큰 별' 고(故)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됐다.

참석자들은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과 독자노선으로 미국 정치사에서 족적을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를 "미국적 가치를 잘 보여준 영웅"이라고 추모하며 '매케인의 유산' 계승을 다짐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전쟁영웅' 출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애국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그에 대한 생전 기억들도 추모연설을 통해 다시 회자했다.

특히 이번 장례식을 두고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과 반목과 대립을 반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던진 '마지막 메시지'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왔다.

몇 달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했던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면서 두 차례의 대선 도전 당시 '라이벌'이었던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두 전직 대통령을 조사(弔詞)를 낭독할 인사들로 낙점했다.

당파주의 극복과 초당적 협력에 대한 소신에 따라 '통합'을 강조한 차원을 넘어 자신이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시 전 대통령과는 2000년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다. 특히 반대 진영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2008년 대선 본선에서 대결한 사이다.

실제 장례식에서는 '트럼프'라는 이름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딸 메건의 유족 인사말을 시작으로 그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 이어졌다.

AP통신은 "존 매케인의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에 대한 비판의 장이 됐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한때 매케인과 격렬한 라이벌 사이였던 오바마와 부시는 미묘하게, 아니 어쩌면 그리 미묘하지 않게 트럼프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2000년 대선 당시를 회고, "그는 나를 좌절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이후 우리는 큰 경기를 회상하는 축구 선수들처럼 강렬했던 그 당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경쟁의식은 사라졌다. 나는 '존 매케인과의 우정'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감했고, 그게 설령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일지라도 정직했다. (그 상대가) 대통령들이라도 봐주는 게 없었다"며 "반대자들 역시 애국자라는 걸 인정하는 영예로움을 지녔고 자유를 사랑했으며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자신의 삶을 국가적 이상에 헌신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을 '용기와 품격의 결합'이라고 칭하며 "나라를 위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정책과 관행들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권부에 있는 이들의 면전에서 '미국은 이보다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권력의 남용을 혐오했으며 편견이 심한 사람들과 으스대는 폭군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목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에게 조사를 부탁하던 날의 기억을 꺼내며 "소중하고도 남다른 영광이었다. 슬픔과 함께 놀라움도 느꼈다"며 "이 얼마나 존의 본질인 예측 불가능성, 탈(脫) 관행, 역발상 주의를 보여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의 '진실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하며 "존은 솔직한 논쟁을 좋아했다""며 "정치적 편의주의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때때로 자신이 속한 정당에 맞섰고 초당파적으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신의 집무실에서 매케인 상원의원과 나눴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서로에게 배웠고 상대의 진정성과 애국심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모든 차이에도 불구, 이상에 대한 신의를 공유하면서 같은 팀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며 "매케인은 미국의 안보와 영향력이 다른 사람을 우리의 의지대로 굽히게 하는 능력이 아닌, 법의 지배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온다는 걸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우리의 정치와 공적인 담론들은 번지르르한 말과 모욕, 가짜 논쟁, 분노를 주고받으며 작고 하찮고 비열해 보일 때가 많다"면서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며 자신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이어 "그의 본을 따르는 것이 그를 가장 잘 기리는 방법"이라며 대선에서 가장 품격있는 경쟁을 보였던 존 매케인을 '맞수'로 만났던 자신과 부시 전 대통령이 "행운아"였다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조사에서 "매케인은 미국에 내려진 '운명의 선물'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 외에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매케인 상원의원이 2008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염두에 뒀던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 등이 조사를 했다.

이들의 조사에 앞서 딸 메건은 유족 인사말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터트렸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슬로건을 겨냥, "존 매케인의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기 때문에 더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아버지가 기꺼이 한 희생의 근처에도 안 와 본 사람들의 값싼 레토릭", "아버지가 고통 속에 '복무'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의 삶을 살았던 이들의 기회주의" 등의 표현도 쏟아내며 중간중간 분노에 찬 듯 목소리를 높였다.

CNN방송은 "메건은 장례식장에서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백악관이 그동안 던진 구호에 대해 단호한 비판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2시간 35분간 진행된 장례식에는 조사를 한 이들 두 전직 대통령 부부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정치권과 각계의 인사들이 총출동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06세의 노모 로버타 매케인도 참석해 아들의 떠나는 길을 지켰다.

추모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부른 '아 목동아'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매케인 상원의원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로, 플레밍에게 직접 장례식 때 불러달라고 부탁했다고 WP가 전했다.

결국, 매케인 상원의원은 생전 극심한 불화를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끝내 앙금을 털지 못한 채 화해에 실패한 셈이 됐다. 장례식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를 비롯,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풍 트윗'을 날리고 평소 주말처럼 골프장으로 행차했으며,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거의 모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트럼프는 '부재'를 통해 그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매케인이 오바마와 부시에게 조사를 부탁한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운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영화배우 워런 비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윌리엄 코언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맡았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2일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모교인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묻히며 영면에 들어간다.

장례식에 앞서 운구 행렬은 베트남전 추모공원에 잠시 멈췄으며, 이곳에서 부인 신디 매케인은 딸 메건, 켈리 비서실장, 매티스 장관과 함께 헌화했다.

추모 연설 하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추모연설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Photo Kevin Dietsch/UPI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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