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 학부모 의견 엇갈려 [이슈+]

이강은 2018. 9. 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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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반대 지배적

“안전한 학교에서 더 머무르며 선생님들과 함께 다양한 놀이와 체육활동, 학습 보강 등을 한다면 사교육비 부담도 덜고 좋을 것 같아요.”

“학교 여건도 충분치 않은데 일률적으로 하교 시간을 늘리기 보다 현재 선택에 따라 하는 돌봄교실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통령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초등학교 저학년(1∼4학년)의 하교시간을 오후 3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교사들의 반발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저출산위는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초등교육 변화 필요성과 쟁점’ 포럼을 열고 ‘더 놀이학교’ 구상을 밝혔다. 위원회는 “학생수 급감과 사교육 과잉, 아동의 낮은 행복도 등을 해결하는 정책 대안으로 ‘더 놀이학교’의 도입을 제안한다”며 “더 놀이학교는 학습과 휴식을 균형 배치해 여유로운 시간표를 운영하면서 저학년과 고학년이 동시에 종료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학습량에는 변화를 주지 않되 저학년일수록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놀이와 각종 활동을 중심으로 상담과 보충지도 등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해 교육적 성과를 달성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본보가 최근 초등학생 학부모 167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3시로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비율이 52%였지만 ‘반대’(44%)도 만만치 않았다. ‘잘 모르겠다’는 4%였다. 

2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찬성 이유를 답한 사람들은 ‘맞벌이 가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29%)를 가장 많이 댔다. 맞벌이 가정 자녀의 경우 하교 후 홀로 방치되거나, 사교육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사교육비 부담 고통을 덜어줄 것 같다(24%) △휴식 시간(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이 짧았는데 길어지면 좋을 것 같다(17%) △공교육이 강화될 수 있을 것 같다(11%) 등의 순으로 하교시간 연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반면 반대 응답자들은 ‘저학년이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는 것은 무리다(25%)’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에 오래 두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것이란 우려 표명으로 풀이된다. 이어 △사교육비 불가피한 상황에서 학원 시간이 늦춰져 귀가 시간만 늦어질 것이다 19% △기존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9%) △학교에서 모두 모아놓고 놀이 수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9%) 등의 순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교사들은 반대 학부모들과 비슷한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의 한 초등교 교사는 “저학년 하교시간 연장은 일률적 시행보다는 학교별 의견수렴과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 등을 거쳐 교육공동체가 선택할 사안”이라며 “하교시간 연장 시 업무시간 축소로 교원의 수업연구와 준비시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초등 저학년은 부모와의 교감 중요성, 장시간 교육 시 집중력 저하, 놀이·교과활동의 분리 불가 등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초등교육 전문가도 없는 저출산위가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저출산위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학교가 초등 저학년을 한 두 시간 더 돌본다고 아이를 더 낳는 게 아니다”며 “고용·주거불안과 소득분배 악화, 사회복지시스템 부실에 따른 저출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론 빈약한 정책 구상”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저출산위의) 학교교육에 모두 떠넘기는 식은 저출산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채 학교만 괴롭힐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게 뻔한 저출산위의 어떤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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