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조사는 대령급·장군 한정..무제한 감청권한 유지 논란 [안보지원사 출범]

박성진 안보전문기자·정희완 기자 2018. 9. 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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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임용·진급 때 ‘정치적 중립 서약서’ 제출 등 훈령에 명시장군
ㆍ9명서 6명으로…‘대통령 독대 금지’ 명문화는 안 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경기 과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서 열린 안보지원사 창설식에서 남영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를 대체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DSSC·Defense Security Support Command)가 지난 1일 창설식을 하고, 본격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 기무사는 1991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국군기무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단 지 27년 만에 폐지됐다. 국방부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2일 ‘직무 범위를 벗어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운영 훈령’을 공개했다.

훈령은 일반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안보지원사의 신원조사를 고유 업무인 보안 및 방첩 분야의 불법·비리 혐의로 한정했다. 과거 기무사는 군인과 군무원의 일상적인 동향을 관찰해 존안자료로 관리하면서 군 인사에 개입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했다.

훈령에는 기무사 해체를 초래한 정치개입과 민간사찰, 특권의식 등의 구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안보지원사는 과거 기무사와 마찬가지로 군 통신망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 감청권한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안보지원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 ‘해서는 안될 일’ 명문화

안보지원사 운영 훈령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을 규정했다. 민간인·군인에 대한 정치적 중립 준수, 민간인·군인 및 군무원 등에 대한 불법정보수집활동 금지, 민간인 등에 대한 특혜제공 금지, 특권의식 배제, 인권보호 의무, 수사권 범위, 위반 행위자에 대한 조치 사항 등을 명문화했다.

훈령 제4조는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과 군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했다.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 유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한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안보지원사 부대원이 임용될 때와 진급할 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정치적 중립 서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정치개입이나 민간사찰 등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서는 감찰실에 이의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의제기자의 보호책도 명문화했다. 안보지원사령관은 정치개입·민간사찰 등 불법행위자에 대해 군형법상 ‘정치관여의 죄’ 등 혐의로 수사의뢰, 형사고발, 징계, 원대복귀 등 조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 대령급·장군 신원조사 가능

훈령에서는 군인 및 군무원의 동향관찰을 폐지하되, 필요한 신원조사와 관련해서는 직무범위 내로 한정하는 등 근거와 내용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남영신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육군 중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동향관찰 자체가 말이 안되는 권한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장군이나 장군 진급 대상자, 장관이 지정한 주요 군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대령급 지휘관, 3급 이상 군무원 및 대국가전복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지휘관 등으로 한정해서 신원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훈령은 신원조사 범위를 보안·방첩 분야의 불법·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제한했다. 개인적인 사생활을 캐는 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신원조사와 동향관찰의 뚜렷한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그간 논란이 됐던 대통령 보고 관련 사항은 안보지원사 훈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안보지원사령관의 독대 보고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전 정부 시절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 관행은 군 정보부대 정치개입 빌미가 됐다.

창설준비단 관계자는 2일 “대통령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는 사항은 (청와대) 안보실 등을 통하는 것으로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 내에서 정리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지원사령관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독대 금지 등이 규정되지 않은 만큼 그 이후 정부에서라도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포괄적 ‘군 감청권한’ 유지

국방부 기무사개혁위원회(기무개혁위)는 기무사의 군 통신 감청권을 제한하기 위해 영장을 받아 감청하도록 권고했지만,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안보지원사 훈령에는 기무개혁위 권고가 반영되지 않았다. 기무사와 마찬가지로, 안보지원사가 군 통신망에 대한 무제한 감청권한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군 통신망에 대한 제한 없는 감청권한이 유지된 것은 쿠데타 등을 감시하는 안보지원사의 ‘대(對)국가전복’ 임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 정보부대의 감청권한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이는 작전부대 지휘관 등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기무사 때부터 제기돼왔다.

기존에 기무사가 보유한 10대 수사권 중 민간인과 관련된 남북교류 및 집회·시위 관련 수사권은 폐지했다. 대신 부대 편성은 보안·방첩 임무와 기능을 중심으로 슬림화했다. 보안·방첩 분야는 기존 각각 3개실에서 4개실로 편성해 기능을 강화한 반면, 정치개입으로 논란이 된 융합정보실과 예비역지원과는 해체했다. 융합정보실은 기무사가 2014년 세월호 관련 보고서를 생산한 부서다.

■ 연대급 해체·100부대 법제화

안보지원사 예하 부대는 50여개에서 30여개로 줄였다. 사단에 설치됐던 지원부대 20여개를 없애 군단급 이상 지원부대로 통합했다. 사단 지원부대에서 연대 단위에 차려놓은 사무실과 ‘기무반’도 없앴다.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됐던 60단위 부대도 해체했다. 기존 재정과장과 법무실장 등 2개의 개방형 직위를 기획운영실장, 육군 야전군사령부 부대장, 인사근무과장 등을 추가해 9개로 확대했다.

국방부 청사에서 철수했던 국방부 담당 100부대는 부대령에 따라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남영신 사령관은 “국방부 업무가 육해공군, 직할부대와 업무 연관성이 있고, 보안 방첩 분야에서 장관을 보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원은 4200여명에서 2900여명으로 감축했다. 장군과 대령은 30% 줄였다. 예하부대 중추 인력인 소령과 대위는 10% 감축했고, 부사관과 준사관은 33~35%를 감축했다. 병사 580명은 전역 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 감축될 예정이다.

장군 수는 기존 9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사령부에 사령관(중장)과 참모장(소장), 보안처장(준장) 등 3명과 육·해·공군본부 부대장과 합참 부대장 네 자리 중 두 자리를 준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정희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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