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 대표에 "사기꾼 평가" 직격탄 날렸더니..

이후연 입력 2018. 9. 5. 10:21 수정 2018. 9. 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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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전도사'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인터뷰
존리 펀드 수익 부진에도 "믿어달라. 수익률 200% 된다"
"주식형펀드에 돈 넣어두고, 60대까지 잊고 살아야"
"미국은 장난감 가게에서 디즈니랜드 주식을 팔아"
"외국에서 한국 역동성에 대한 우려 커져"
"한국은 부자되고 싶으면서 그걸 감추는 나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최근 인터넷 카페 등에서 ‘사기꾼’이라는 험한 말을 듣기도 한다. 주로 2015년 2~3분기에 메리츠코리아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로부터다. 2013년 7월 설정된 메리츠코리아펀드는 한국 자산운용업계가 만들어낸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였다.

리 대표가 취임한 2014년 14.84%의 수익률을 내면서 시동을 걸더니 2015년 상반기에만 3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2015년 2~3분기에 흡수된 자금만 1조1500억원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존 리 펀드’로 불렸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부터 드라마틱하게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하반기 -6.66% 수익률을 기록한 존리 펀드는 2016년에는 -22.65%로 폭락했다. 2017년 수익률이 16.88%로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투자자가 수두룩하다. 5일 기준 메리츠코리아펀드A의 3년 수익률은 -15.51%다. 리 대표와 20년간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펀드매니저 권오진 전무도 지난 6월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중앙일보는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을 대표해 리 대표에게 따져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를 만나자마자 대뜸 도대체 언제쯤 원금이 회복될 수 있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리 대표의 첫 반응은 깊은 한숨이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쉰 뒤 “손해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펀드가 너무 좋을 때 들어온 분들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말은 “믿어달라. 나중에 (수익률) 200%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펀드에 묻어두고 잊어버리기’였다. 다음은 리 대표와의 일문일답.

Q.메리츠코리아펀드에 투자했다가 폭락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 사람들이 있다. 언제쯤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까.
A. 안타깝다. 펀드가 너무 좋았다. 대다수가 높을 때 들어왔다. 처음부터 들어왔거나, 최근에 들어오신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다. 시점에 다라 다르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우리 펀드에 있는 회사들이 돈을 잘 벌고 있다. 우리는 그걸 믿고 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돈을 잘 벌고 있는 것, 그것 하나를 믿는 것이다. 매출이 10% 넘게 올라가고 있고, 이익도 올라가고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나중에 (수익률이) 50%, 100%, 200%가 된다. 그게 자본주의의 원리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으면 카지노에 가라”는 게 그의 말이다. 존 리 대표는 장기 투자를 강조한다. 주식과 펀드 투자는 ‘노후대비’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1~2년 사이 장이 좋아도, 반대로 장이 나빠도 “신경 쓰지 말고 60대까지 투자한 돈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라”고 말했다.

Q.‘주식전도사’로 유명한데, 지금처럼 장이 좋지 않을 때도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은가?
A.주식투자의 목표는 딱 한가지다. 노후준비를 위해서다. 지금 장이 안 좋으면 노후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다. 낮을 때 싸게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앞으로 20~30년 후에 찾을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1~2년 단기로 본다면 등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기업의 주식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92%의 퇴직연금이 원금보장형이다. 왜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주식형 펀드에 돈을 넣어두고, 60대까지 잊고 살아라.

Q.퇴직연금이라면 안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A.금융교육을 안 받아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다. 좋은 주식이나 펀드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좋은 회사의 주식이 20년을 기다렸는데도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면 그 나라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은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부동산을 살 때 알아보는 것만큼 주식을 살 때도 연구해야 한다.

Q.주식은 부동산만큼 연구하지 않는 것 같다.
A.부동산은 쉽고 빨리 사고팔지 않는다. 20년 이상 갖고 있다. 만약 주식을 똑같은 기간 갖고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이 벌었을 거다. 20년 투자라면 부동산의 수익률이 제일 낮다. 미국 부자들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11~12% 정도다. 반면 한국은 80%가 넘는다. 재산이 분산돼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재산의 20~30%는 부동산에, 나머지 50%는 주식, 나머지는 채권 등에 투자한다든지 해야 한다. 집은 주거 수단이지 투자 가치로서 매력적이지 않다.

리 대표는 이런 내용의 금융투자 설명회를 ‘찾아가는 버스투어’ 형식으로 각지에서 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등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초빙이 된 후에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Q.학교 현장 교육을 많이 한다고 하던데.
A.엄청나게 한다. 하지만 많이 취소가 된다. 5일 전에 한 지방 초등학교 교사가 연락이 와서 아이들과 학부모 대상으로 금융 강연을 해달라고 했다. 흔쾌히 가고 싶다고 했는데, 갑자기 어제 전화가 왔다. 너무 미안한데 취소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교장 선생님이 ‘애들한테 돈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미국은 장난감 회사에서도 아이들한테 주식을 판다. 디즈니 인형도 팔지만, 디즈니 주식도 파는 거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디즈니랜드 놀러 갈래, 디즈니랜드에 투자할래? 많은 아이들에게 자본이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킨다.

리 대표에게 한국은 “부자 되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부자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나라. 부자가 되고 싶으면서도 감추는 나라. 부자가 되는 길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멀리 돌아가는 나라. 부자처럼 보이려고 꾸미느라 가난해지는 나라”다.

Q.해외 시장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건가?
A.안타깝다. 한국의 역동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좋아했던 이유는 높은 저축률, 젊은 사람들의 성공하려는 의지, 밤새고 일해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 대한민국 전체가 잘 되길 바라는 국민성 등이었다. 하지만 지금 점점 일본을 닮아가니까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공무원을 하길 원하고, 모든 것을 시험으로 해결하려는 문화, 창업하려 하지 않는 문화가 그렇다.
젊은 사람들의 창업 정신도 별로 안 보이는데, 한국처럼 여성들이 공부를 많이 한 데가 없는데도 여전히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특히 금융이 경직돼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젊은이의 창업정신, 여성의 적극적 사회참여, 금융교육 이 세 가지다.

존 리 대표는 시종일관 “당장 1만원이라도 펀드에 넣어라”라고 주문했다. 특히 직장인들의 ‘노후준비’를 강조했다. “옆 사람도 준비가 안 돼 있으니까, 본인 역시 준비를 안하고 있어도 별로 걱정을 안 한다”는 게 존리 대표가 본 한국 직장인들의 특징이다.

Q.직장인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게 있나.
A.당장 차를 팔아라. 그리고 사교육비를 없애라. 차는 빨리 가난하게 하는 데 급속도로 기여한다. 애들은 오후 3시부터는 놀아야 모험가로 성장한다. 그리고 월급의 10%를 주식형 펀드에 넣어라. 부자들은 다 주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60대가 될 때까지 주식형 펀드의 존재를 잊어버려라.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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