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청와대, 용산 참사 덮으려 강호순 활용 지시"

최민지 기자 2018. 9. 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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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발표.. "무리한 진압 탓, 경찰·철거민 사망"
유남영 경찰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경찰이 용산 참사 당시 화재 위험을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경찰력을 투입해 인명피해를 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5일 이 같은 '용산참사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경찰 지휘부는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경찰들을 댓글 공작에 투입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은 "강호순 사건을 활용해 여론을 덮으라"는 식의 지시도 내렸다.

용산참사는 철거민 32명이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재개발구역(이하 ‘용산4구역’)에서 진행된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상가 세입자의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 등이 투입됐는데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으며 철거민 9명, 경찰특공대원 21명이 부상당했다.

◇에어매트도 없이 공중 작전… 거부한 부하직원 경고 '묵살'

우선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별도의 안전대책 없이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펼친 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은 철거민들이 남일당 망루 농성을 시작한 지 25시간 만인 1월20일 오전 6시30분쯤부터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작전계획서는 '망루에 신나, 화염병 등 위험물이 다수 있고 농성자들의 분신·투신·자해 등 우려가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이 같은 위험을 고려해 기중기와 컨테이너를 통해 경찰특공대가 직접 공중에서 옥상으로 진입, 망루를 해체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계획상으로는 현장에는 300톤 크레인 2대와 컨테이너가 동원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실제 현장에는 100톤 크레인 1대만 왔고 에어매트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고가사다리차, 화학소방차는 현장에 오지도 않는 등 안전 대비책이 매우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경찰이 작전계획 수립 때 참고했던 2005년 오산세교지구 망루농성진압작전에서 소방차를 23대 배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 2대의 소방차만을 배치했다"며 "빠르게 진압하느라 진압작전 계획서상 명시된 사전예행연습을 할 시간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특공대 제대장(소대장)은 경찰특공대장으로부터 "작은 크레인이 1대만 준비되었다"는 취지의 통보를 받고 작전연기를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제대장은 "당시 서울청 경비계장이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거야? 밑에서 물포로 쏘면 될 거 아냐'라는 식으로 (요청을) 거절했다"고 진상조사위에 진술했다.

◇화재 가능성 높은 상황서 무리한 2차 진입 시도…사상자 발생

결국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에 있는 신나 등 위험물의 양과 위치, 망루 내부구조와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작전에 투입됐다.

경찰특공대가 옥상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저항했고 이 때 1차 화재가 발생했다. 컨테이너가 망루와 충돌해 망루 내부가 무너지자 망루 내에 있던 신나 등 유류물이 흘러내려 망루와 옥상에는 휘발성 물질이 가득 찼다.

진상조사위는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특공대원과 농성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나 작전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1차 진입 후 망루 내에 인화성이 강한 ‘유증기’가 가득 찼고 경찰특공대에 배정된 소화기가 상당 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급하게 경찰이 재진입했다"며 "이러한 상황 변화를 외면하고 2차 진입을 강행한다는 것은 경찰특공대원들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수행"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특공대가 2차로 진입한 후 2차 화재가 발생했고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다만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지휘부가 인지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당시 지휘부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아 관련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수정 서울청 차장, 신두호 서울청 기동본부장, 이성규 서울청 정보관리부장, 박삼복 서울청 경찰특공대장, 백동산 용산경찰서장 등이 조사에 불응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작전 개시 이후 당시 김석기 청장은 수차례 전화와 대면 보고를 받았다는 기록은 있으나 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동원해 용산참사 옹호 댓글 달아… 청와대 행정관 "강호순 활용해 여론 덮으라"

경찰은 사건 이후 부검, 검거 과정에서 유가족을 사찰하기도 했는데 진상조사위는 이를 인권침해로 봤다.

경찰은 신분증이 발견된 사망자 등에 대해서도 16시간 이상 경과한 후에야 유가족에게 사체 확인을 시켜줬다. 유가족 측에게 사망자와 관련한 정보나 부검의 필요성, 부검 경과도 설명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사건 직후부터 유가족과 단체활동가들에 대한 동향 파악, 미행 등을 위해 서울청 정보과 등의 지휘 하에 ‘이동상황조’를 편성해 운영했다.

당시 지휘부가 경찰 조직을 이용해 온·오프라인 여론 조성을 시도한 사실도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활용해 인터넷 사이트의 여론을 분석하게 했다. 또 관련 게시글에 대해 1일 5건 이상의 반박 글을 올리고 각종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내부문건으로 확인된 바로는 2009년 1월24일 기준으로 관련 인터넷 글 게시와 댓글이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가 약 590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경찰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댓글을 달았으며 일부는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검찰 인사와 6개 언론사 언론인을 접촉해 경찰 입장을 전달한 사실도 공개됐다. 다만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언론사들이 경찰을 옹호하는 식의 기사를 게재한 것이 언론사 논조인지, 경찰의 설득에 따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등 당시 충격적인 또 다른 사건으로 용산 참사에 쏠린 여론을 잠재우라는 식의 청와대 지시도 있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당시 한 청와대 행정관은 2009년 2월11일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본 사건의 파장을 막기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다만 당시 경찰청 홍보담당관의 퇴직 등의 사유로 이메일 관련 후속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조직 옹호에만 급급해… 사망자들에게 사과해야"

진상조사위는 경찰지휘부의 지휘 잘못에 대해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들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경찰의 조직적인 온라인, 오프라인 여론 조성 활동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진상조사위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쌍용차 노조 진압사건과 이번 용산 참사의 공통점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경찰이 본인들을 옹호하는 데만 급급해 사람이 죽은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이외에도 △철거용역 현장에서 경찰력의 행사 △이동상황조의 편성·운용 금지 △변사사건 처리 규칙과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개정 등을 권고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화재 참사 △평택 쌍용차 파업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갈등 등의 사건을 우선 조사해왔다. 진상조사위는 모두 10명으로 구성됐으며 민간 위원이 6명으로 과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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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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