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계약직전 "1억 더!"..아파트엔 '최고시세' 공고문

2018. 9. 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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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올리기 천태만상

집주인 '배짱 호가'
14억짜리 매물 계약의사 밝히면
집주인 갑자기 15억 올려 '불발'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분통

단지별 짬짜미 기승
'집값 불안' 편승해 값 끌어올려
주변 아파트 최고가 시세 붙이고
팔기 전 '집주인 카페' 둘러보란

팁도 '호가 담합' 악용되는 가짜매물 신고
매수자 보호 위한 '허위매물 신고'
싼집 거래 막는 수단으로 역이용
양천·송파 등 급등지역 신고 많아

[한겨레]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회사 발령으로 연말께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 올 예정인 김아무개씨는 근무지가 가까운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아파트 매물을 찾아 나섰으나 좀처럼 계약을 못하고 있다. 중개업소에서 추천한 매물에 대해 몇차례 계약 의사를 밝혔지만 그때마다 집주인이 갑자기 매매가격을 5천만~1억원씩 올린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며칠 전에도 중개업소에서 14억원에 매입 가능한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15억원을 불러 거래가 어렵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요즘 서울 집값이 ‘부르는 게 값’이라지만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이 실제로 팔 의사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5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부족해진 가운데 집주인들의 이른바 ‘배짱 호가’, ‘매도가 짬짜미(담합)’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집값이 불안해진 시장 분위기를 이용해 아파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탐욕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 2000여가구 대형 아파트 단지엔 최근 부녀회장 명의로 주변 아파트 시세를 거론하며 사실상 가격 담합을 부추기는 공고문이 엘리베이터에 나붙었다. 동네 인근의 다른 아파트 단지 5곳의 30~40평대 아파트 실거래 최고가 정보를 게시하고 앞으로 매도 물건을 내놓을 땐 이런 가격 수준을 고려하란 취지였다. 30평대 아파트는 8억2천만~12억원, 40평대 아파트는 10억~13억원이라는 정보가 단지별로 제시됐다.

이는 최근 한두달 새 집값이 다시 급등하면서 1억~2억원 정도가 더 오른 가격대다. 부녀회는 해당 아파트 단지도 실수요나 투자수요가 많은 곳이니 섣불리 매매를 진행하지 말고 아파트 집주인들이 가입하는 온라인 카페에서 반드시 가격 정보를 알아보라는 주의사항도 덧붙였다. 예전에 유사한 공고문을 붙일 때 아예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고 명시적 제안을 하는 식이었다면, 요즘은 담합 등 법적 시비를 고려해 주변 아파트 최고 거래가를 써붙이며 매물가격 상향을 유도하는 게시물이 나붙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 아파트 단지는 3년 전 4억원대 중후반이던 30평대의 실거래가가 7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입주자 카페 등에서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호가 담합’의 한 수단으로 허위매물 신고를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포털 부동산에 낮은 가격의 매물을 게시한 중개업소에 대해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해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부동산 매물 검증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집계를 보면, 8월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총 2만1824건으로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였다. 또 신고 사유 중 가격 정보가 사실과 다른 ‘허위 가격'이 1만2584건(57.7%)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최근 집값이 급등한 틈을 타 특정 지역 입주민들이 집값을 띄우기 위해 신고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분석이다. 실제 8월 서울에서 허위 매물 신고가 많았던 지역은 양천구, 송파구, 동대문구 등 최근 집값이 크게 뛰고 있는 곳들이다.

강남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에선 실제 매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른바 ‘업계약’이 은밀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가를 올려서 계약하면 취득세는 올라가는 대신 양도세 부담을 낮춰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면서 동시에 아파트 시세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 전용면적 59㎡가 24억5천만원(3.3㎡당 1억200만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서초구의 한 아파트의 경우 이날 현재까지 실거래가 신고는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거래가 신고는 계약일로부터 60일 안에 하면 된다. 국토부는 실태 확인을 위해 최근 현지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탐문조사를 벌였으나 거래 사실을 확인하진 못했으며, 거래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업계약'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이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 신고 가격은 지난 1월 18억7천만원이었으며 최근 매도 호가는 22억원 수준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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