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한 아프리카 개미

2018. 9. 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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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톱질해 본 사람은 생나무 자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래서인지 죽은 나무나 딱정벌레가 뚫어놓은 구멍을 이용하는 개미는 흔하지만 산 나무에 굴을 파고 사는 개미는 드물다.

이 개미는 살아있는 나무의 나무껍질 밑에 기다란 굴을 판 뒤 이곳에 정착한 수천 마리의 깍지벌레와 공생한다.

길이 2㎜의 작은 개미이지만 나무속에 살면 천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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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큰머리에 근육, 턱 끝은 특수강, 다리는 고정 앵커
평지선 걷지 못해..나무 속 깍지벌레 기르며 진화

[한겨레]

단단한 나무를 뚫기에 최적화한 몸으로 적응한 아프리카 개미. 턱과 머리, 다리가 극단적 적응의 사례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나무에 톱질해 본 사람은 생나무 자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마른 나무라면 나뭇조각이 톱날에 부서져 떨어져 나가지만 수분이 있는 나무는 탄력이 있어 쉽게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죽은 나무나 딱정벌레가 뚫어놓은 구멍을 이용하는 개미는 흔하지만 산 나무에 굴을 파고 사는 개미는 드물다.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만 서식하는 멜리소타르수스(Melissotarsus) 속 개미는 그래서 특별하다.

산 나무껍질 밑에 굴을 파 살아가는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굴 모습. 나무껍질을 제거한 모습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는 살아있는 나무의 나무껍질 밑에 기다란 굴을 판 뒤 이곳에 정착한 수천 마리의 깍지벌레와 공생한다. 깍지벌레로서는 삶터와 보호자를 얻는 것이고, 개미는 깍지벌레가 분비하는 왁스와 단백질을 먹고, 때로는 벌레 자체나 허물을 먹기도 한다. 개미가 젖소를 기르는 셈이다.

멜리소타르수스 개미가 깍지벌레 무리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나무속 생태계에서 공생하며 살아간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길이 2㎜의 작은 개미이지만 나무속에 살면 천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먼저 단단한 생나무를 뚫고 터널을 만들 수 있도록 몸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아담 칼리페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엑스선 마이크로단층촬영 등 첨단 기법을 이용해 이 개미의 해부학적 비밀을 찾았다. 놀랍게도 이 개미는 극단적인 적응을 통해 ‘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했음이 드러났다.

이 개미는 머리가 다른 개미보다 매우 크다. 큰머리 속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통 개미는 무는 힘이 강해 무는 근육이 크다. 그러나 이 개미는 무는 근육뿐 아니라 턱을 여는 근육도 비대했다. 연구자들은 좁은 터널 속에서 잘라낸 나뭇조각을 효과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턱을 여는 힘도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턱을 여는 근육이 강력하지 않다면 나무를 자른 뒤 뒤로 물러나서야 턱을 열 수 있어 굴을 파는 효율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논문을 적었다.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턱 모습. 작고 원뿔형으로 뿌리 부근이 넓어 지렛대를 이용해 힘을 증폭하는 구조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의 턱 2개는 짧고 원뿔형으로 밑부분이 넓다. 턱의 회전부위와 근육 연결부위 사이의 거리가 멀어 지렛대로 힘을 증폭하는 효과를 낸다.

작지만 강력한 턱을 끊임없이 여닫으며 전진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전동 드릴 같다. 전동 드릴이나 굴삭기의 끝부분에는 마모를 막기 위해 특수강을 쓴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의 턱 끄트머리에 중금속인 아연이 다량 축적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키틴질에 중금속을 이용해 강도를 높인 예는 거미의 송곳니나 가위개미의 턱 등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 개미의 다리도 특별하다. 근육으로 두툼한 다리는 몸에 밀착했고 가운데 다리는 아예 위로 들려진 형태이다. 좁은 굴속에서 굴착해 나갈 때 몸을 벽에 고정하기 위한 자세이다. 다리 끝의 커다란 발톱과 끝 마디의 빽빽한 강모는 몸을 벽에 고정하는 앵커 구실을 한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좁은 터널 속에서 굴 파기를 위해 적응한 나머지 평평한 밖에 내놓으면 전혀 걷지 못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물론 여왕개미는 비행과 나무 밖에서 걸어 다니는 능력을 간직한다.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다리 모습. 평평한 바닥에서는 걷지 못할 만큼 나무속 생활에 적응했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밖에 이 개미는 나무 속 생활을 위해 보행능력 상실 외에 침을 잃고 눈이 작아지는 등의 대가를 치렀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새로운 생태적 적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적 재설계가 일어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준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dam Khalife et al, Skeletomuscular adaptations of head and legs of Melissotarsus ants for tunnelling through living wood, Frontiers in Zoology (2018) 15:30 https://doi.org/10.1186/s12983-018-0277-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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