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법농단' 檢수사 잇단 몽니..일부만 압수수색 허용(종합2보)

심언기 기자,나연준 기자 2018. 9. 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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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의혹'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압수수색..일몰 후 비협조
박병대·임종헌 등 전관 영장은 기각.."개연성 희박" "죄 안돼"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나연준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공보관실 운영비로 배정된 예산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6일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그나마 진행되던 압수수색도 대법원의 비협조로 일몰 후에 중단됐다.

아울러 검찰은 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재직 시절 취득한 대법원 기밀 문건을 퇴임 후에 사적으로 보관한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또 다시 법원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 6시30분쯤까지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야간 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협조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이를 불허해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끝마치지 못했다. 검찰은 7일 압수수색을 재개할 방침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중인 검찰이 대법원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지난 8월 부산 스폰서 판사 법조비리 의혹 관련 재판기록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결정 주체로 의심받는 박 전 처장과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당시 기조실장 등의 사무실,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자료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2015년 대법원이 각급 공보관실 운영비를 처음 책정해 3억5000만원을 확보, 이를 상고법원 등 추진과정에서 고위 법관들에 대한 격려금 또는 대외 활동비 등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대법원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부터 비자금을 조성할 목적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은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해 허위증빙서류를 만들어 소액 현금으로 분할해 전액 인출하도록 했다. 검찰은 이 돈을 인편으로 법원행정처가 전달받아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법원은 배정된 예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법원행정처에 교부했고, 행정처는 2015년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교부받은 그대로' 해당 법원장에게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절차를 거친 이유에 대해, 처음 편성된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해 편성경위 및 집행절차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행정처 기조실장이 현금을 지급받은 법원장들에게 공지문을 돌려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님들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경비'라며 현금을 공보관실 운영비가 아니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재차 설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대법원은 감사원이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해 2016년 '매월 현금으로 정액 지급하는 것은 예산집행지침에 위배된다'고 지적하자 현금 대신 카드로 해당 예산을 사용하는 등 집행방법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해당 법원에서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을 직접 사용했고, 2018년엔 행정처를 비롯 고등법원, 지방법원 등에서도 현금 대신 카드로 예산을 집행했다고 한다. 2019년 예산에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편성되지 않았다.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설치된 대법원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이날 오전부터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15년 대법원이 각급 공보관실 운영비를 처음 책정해 3억5000만원을 확보, 이를 상고법원 등 추진과정에서 고위 법관들에 대한 격려금 또는 대외 활동비 등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2018.9.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편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소송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의 서울고등법원 사무실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집행했다.

그러나 전날(5일) 유모 전 연구관(현직 변호사)의 사무실 압수수색 중 발견한 재판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재판 관련 기밀 문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의료진' 김영재·박채윤 부부 특허소송 관련 정보 보고서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중 유 전 연구관의 PC에서 기밀 문건을 다량 발견했다. 전직 고위법관이 재직 시절 다뤄온 기밀 사항을 퇴직 후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명백한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문건들이 유 전 연구관이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지난 2014년 2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 다뤄온 대법원의 재판 검토 문건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직 선고 전인 사건도 다수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만큼 해당 문건의 임의제출을 요청했지만 유 전 연구관은 "영장을 가져오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보관하고 있는 1건에 대해서만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핀셋' 발부받아 동의 없이는 문건을 확보할 방법이 없었다.

검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즉각 해당 문건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 및 형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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