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 1월부터 항암제 '린파자' 약값 부담 20배↑..급여 시한부 난소암 환자 나온다

김태환 기자 2018. 9. 7. 06:30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에 사는 난소암 환자 A(52·여)씨는 암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받고도 6~8개월 사이 암이 두 차례나 재발해 그때마다 약을 바꿨다. 이후 2017년 10월부터 ‘린파자’라는 약을 복용해 현재는 암 재발이 없어 안정적인 생활을 찾는 중이다. 그러나 이 약은 15개월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급기야 A씨는 내년 1월 월 23만원 내던 약값을 470만원 수준에서 부담하게 생겼다.

아스트라제네카 난소암치료제 ‘린파자’ 제품. /조선DB

국내 난소암 환자들이 약값에 대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또 다른 시한부 고통을 겪고 있다. A씨와 같이 ‘린파자’를 복용하는 환자는 전체 난소암 환자 중 100~150여명 정도로 내년 1월 약 30여명이 약을 바꾸거나 고가의 약값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다.

이 환자들이 복용 중인 린파자는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다. 이 약은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암 억제 효과가 있는 맞춤형 치료제로 약을 먹는 환자 수는 적다. 하지만,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암 재발없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2015년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률 10위로 10만명당 6.8명에게서 나타난다. 사망요인으로는 전체 여성암 가운데 4위로 치명적이다. 별다른 선별검사가 없고 복통이나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동반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

3기 이후 처음 진단을 받는 환자가 많고 다른 암과 비교해 5년 상대 생존율이 64.1%로 유방암(92.3%), 자궁경부암(79.9%)보다 낮다. 난소암의 경우 화학항암요법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고 이 치료법을 받는다해도 6~8개월 이내 재발을 경험하기 일쑤다.

이 환자들의 치료목표는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해 암세포의 증식이 억제되면 재발하기까지 기간을 최대한 늘려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재발 확률이 없는 신약을 원한다. BRCA 변이가 있어 린파자를 복용할 수 있는 암 환자들은 ‘당첨됐다’는 표현까지 쓴다.

린파자의 임상연구인 ‘Study 19’ 결과를 살펴보면 바이오마커를 중심으로 분석한 하위 연구에서 BRCA 변이 난소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11.2개월로 나타났다. 린파자를 복용한 BRCA 변이 난소암 환자들이 평균 11.2개월 암 재발없이 생활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2017년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린파자를 복용하게 되는 환자들은 약효로 인해 15개월간 암 재발없이 생활을 이어왔다는 얘기다. 린파자를 사용한 BRCA 변이 난소암 유지요법에서 치료 혜택을 확인한 셈이다.

그러나 급여기간이 만료되면 환자들은 지금보다 20배가 넘는 약값을 짊어져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현재 린파자 환자부담금은 1달 기준 23만5424원이다.

린파자 1캡슐 당 보험약가는 1만510원으로 하루 8개 캡슐을 2회에 먹어야 한다. 이러한 용법을 고려하면 내년 1월 린파자 복용 16개월을 맞이하는 환자의 부담금은 1달에 470만원으로 증가한다.

약값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암세포에 대한 공포없이 하루라도 더 살기를 원하는 환자 입장에서 큰 장벽이다. 특히 린파자를 대신해 사용해야 하는 백금기반 화학항암요법은 암세포를 죽이지만 정상세포도 공격해 구토, 탈모, 무기력 등 항암 부작용이 나타나고, 암 재발률도 70%에 달한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 환자에서 백금기반의 화학항암요법을 여러 차례 시행하는 경우 누적 독성과 내성으로 인해 치료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발이 발생되는 기간이 줄어든다"며 "국내 BRCA 환자는 20%에 불과해 확실한 효과가 보장된 약이 있는데도 경제적 이유로 급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부인암학회를 비롯한 난소암 관련 국제학회들은 재발이 없을 경우 계속해서 이 약을 먹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가 약값을 부담하기 어려울 경우 의료진도 처방을 지속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환자들은 항암 부작용이 큰 화학항암요법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린파자캡슐 투여로 15개월 이후에도 질병의 진행 없이 약제의 효과를 유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이 급여 중단으로 인해 부담과 걱정을 느끼지 않으시도록 보험 당국과의 논의 등 회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올해 의료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약품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 실행안’ 우선 순위로 희귀암과 여성암을 선정한 바 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