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직 로스쿨 교수, '사법농단' 침묵하는 동료교수들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

정대연 기자 2018. 9. 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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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직 법학교수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에 침묵하고 있는 동료 교수들을 향해 “진상규명을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법학 교수님께 간곡히 한 말씀 드립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남겼다.

박 교수는 “이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보수화된 사법부가 일부 밉보인 법관들을 특별 관리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 사건 정도로 알았다”며 “그런데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때까지 들어보지 못한 ‘재판거래’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은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선 판사들이 외압을 받아 양심에 반한 재판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와 거래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것은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 범죄”라며 “사법의 위기이자 정의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박 교수는 이런 상황임에도 침묵하고 있는 정치권, 법원, 언론, 동료 교수, 예비법조인 등을 차례로 비판했다.

그는 “사태가 이쯤 됐으면 정치권에 비상이 걸려야 할 텐데 어쩜 이렇게 조용한가”라며 “이 사건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사건에선 득달같이 달려들어 국정조사와 특검카드를 빼들었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간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법원을 향해 “양승태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은 여전히 법대를 지키고 있고, 영장전담법관들은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영장을 열에 아홉 기각하는 사태를 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의 수 천 법관들은 조용하다”며 “김명수 대법원장도 기대를 걸어야 할 지 자꾸 의심이 간다”고 했다. 박 교수는 언론에 대해 “몇 몇 진보언론을 빼고는 대부분 언론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도를 하고 있다”며 “사법부 내의 보혁 충돌이라는 색깔 논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복장이 터진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동료 교수들의 침묵에 개탄했다. 그는 “미래의 법률가를 키우는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 전국의 로스쿨을 보라. 옛날 같으면 학생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소리를 높였을 것”이라며 “그런데 왜 학생들이 이렇게 조용한가. 도대체 미래의 법률가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박 교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선 우리(법학교수)가 나서야 한다”며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법원은 수사에 협조하라, 관련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하라, 재판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 이런 요구를 우리가 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제 주장이 SNS 상에서 모기 소리 같은 작은 목소리로 끝나지 않도록 해 달라. 전국적으로 연대의 성명을 내 달라. 우리 국민들은 분명 그것을 원하고 계실 것”이라며 글을 맺었다.

박 교수의 글은 게시 3시간여 만에 1100여명이 공감을 표하고 500회 가까이 공유됐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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