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교역관계 변화..'샌드위치' 한국에 기회 요인"

조강욱 2018. 9. 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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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강행한 것이 우리나라에 기회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적정선에서 화해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미중 교역관계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이 일부 난관에 봉착했고, 한국은 중국 주문 중간재 수출이 막히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들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수출경합이 높았던 업종은 분명 기회 요인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프랭클린 템플턴의 신흥국 투자담당이었던 마크 모비우스는 "신흥시장은 추가로 하락하겠지만 인도와 한국, 베트남은 미국의 직접적 공격을 받는 중국과 멕시코의 빈자리를 채우며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서 긍정적 의견을 표방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비관론이 난무하나 적극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 경합도 지수(ESI: Export Similarity Index)란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가 특정 시장에서 특정 재화의 수출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을 때 경쟁 정도가 얼마나 높은지 측정하는 지표다. 양국 수출 상품구조가 유사할수록 경쟁 강도가 높고,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심하다고 판단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한중 수출 경합도 지수는 2000년 0.331에서 2016년0.39로 상승하면서 20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 중이다. 8대 주력 품목(석유화학, 철강, 철강제품, 기계, IT, 자동차, 조선, 정밀기기)의 수출 경합도 지수도 201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6년 기준 0.47까지 올라왔다.

업종별로 철강, IT의 경우 한중 수출 경합도는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2000년 초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석유화학, 정밀기기, 조선, 철강, IT 등은 0.5 이상의 높은 경합도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이 25% 관세를 부과 받는 미국시장만 특정해서 보면 한중 수출 경합도가 특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업종은 휴대폰/부품, 전기/전자, 조선, 석유제품 등이다.

박 연구원은 "이는 2014년 자료 기준이지만 추세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수출 경합도가 높았던 업종일수록 미국의 중국 관세부과로 인한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내수 중심의 인도, 인도네시아보다는 제조업이 발달한 베트남이 높은 수출 경합도를 보인다. 특히 섬유,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0.7 이상의 높은 경합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측 물량이 인도/베트남으로 유입된다면 중국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도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원산지 기준(역내 부품 조달 비율)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중국산 부품의 과도한 사용은 점차 부담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수는 12개월 trailing PBR 1배인 2,230선 근처까지 하락했다. 무역분쟁 이슈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Trailing 기준의 장부가치 1배는 지금까지 벌어놓은 이익만을 기준으로 하는, 청산가치에 근접한 매우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방식인데 여기까지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이미 투자자들이 경기침체를 가정하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박 연구원은 "때문에 극단적 비관론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이슈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9월 25일 FOMC에서 통화긴축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여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은 없는지, 이로 인해 수혜를 보거나 투자자들의 관심사가 이동할 만한 업종은 없는지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과 한국과의 기술격차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1년 정도로 좁혀졌다.

박 연구원은 "이번 무역분쟁이 미국이 소비하고 중국이 생산하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시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피해를 보는 한국기업도 있겠으나, 기회가 발생하는 영역도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디스플레이, 휴대폰 부품, 조선/기계, 섬유 등 대표 한국 제조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를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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