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회에 "평양 함께 가자"..일방제안에 文의장도 "안간다"

오수현,김효성,홍성용 2018. 9.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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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무슨 쇼하는 거냐"
방북단 200여명선 합의
박용만·현정은 등 방북 동행할듯
이르면 오늘 판문점서 실무회담
청와대가 1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등에게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야권 측은 '정치적 쇼'라며 일제히 거부 의사를 밝히고,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의장도 방북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북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평양 정상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청와대가 사전에 이해를 구하지 않고 방북 동행 요청을 발표한 것을 두고 불만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청와대가 추진해온 남북정상회담 전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안 처리에 대해 평양 정상회담 이후 처리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전 청와대와 국회 간 관계가 꼬여가는 형국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향후 남북 경제협력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재계 인사들을 수행단에 참여시키기로 했지만, 수출 대기업들 사이에선 대북 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때 이른 방북이 미국 측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하고 "평양 정상회담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장단과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상 아홉 분을 특별히 국회·정당 대표로 초청하고자 한다"며 "아무쪼록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 꼭 동행해주시기를 정중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 실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국회·정당 대표단을 구성하기로 한 데 대해 "그간에는 남북 교류·협력이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돼 왔는데, 과거부터 국회가 함께해야 제대로 남북 간 교류·협력의 안정된 길이 열릴 것이라는 논의가 많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의 이 같은 요청에도 평양행 초청을 받은 국회 측 9명 가운데 6명이 이날 즉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우선 문희상 국회의장은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하는 등 남북 관계에서 국회 역할을 강조해 왔지만 야권인 이주영·주승용 부의장 반대 등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은 임 실장의 초청 발표가 있은 지 1시간 후에 회의를 열어 부의장들의 '신중론'을 받아들였다.

임 실장은 청와대 초청에 대한 야권 측의 의구심을 의식한 듯 "정말 역사적으로 남북 간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이 순간에 국회의장단, 5당 대표님께서 대승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해 주시기를 요청 드린다"고 재차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의장은 일부 정당만 동행하는 것은 의미가 퇴색된다고 보고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주영 부의장은 "남북 국회 회담은 몰라도 행정부 수반이 가는 자리는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승용 부의장은 "의장단 회의를 통해 안 가기로 결정했다"며 "국회와 이야기도 없이 갑자기 발표돼서 당황스럽고 어느 당은 가고 어느 당은 안 가면 모양새가 그렇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두 정상의 만남이 중요하고 이후에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입법부가 행동에 나서는 게 맞는다"며 "우리가 가서 할 일도 마땅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남측 대표단 인원을 200명 수준에서 구성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7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대표단 인원보다 100여 명 줄어든 숫자다. 남북 양측은 이르면 11일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평양행에는 재계 인사들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동행할 경제인을 놓고 내부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북 사업을 하며 북측과 인연이 있거나,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대표 등이 동행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에 따라 과거 대북 사업을 주도했던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과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경제인 중에선 유일하게 만찬에 동석했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북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역시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에 합의한 만큼 도로공사, 철도공사 등 관련 공기업 기관장들의 동행 여부도 거론된다.

다만 수출 대기업들 사이에선 이번 방북을 놓고 "북한 시장을 사전 탐색할 좋은 기회지만 부담도 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교착 국면이고 종전선언이 합의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북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가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 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직접적인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때 이른 경협 논의로 미국 측으로부터 경고 사인을 받을 경우 글로벌 비즈니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과거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상당수는 방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도 청와대 측에 수행원으로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언론 역시 생동감 있는 현지 취재를 위해 방북을 강력 희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양 현지에서 방송 촬영·송출 장비 등을 다룰 방송기술진은 대통령 전용기가 아닌 육로로 별도 이동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이처럼 방북을 희망하는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200명으로 제한된 대표단 구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신, 경호, 의전 관련 청와대 측 인력도 감안해야 해 대표단 구성이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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