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안전' 없는 '탈원전'은 없다 [기고]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2018. 9. 11.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또다시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발견이 있었다. 한빛원전의 격납용기벽에서 민관합동조사단이 안전이 의심되는 69개소를 조사하여 그중 14개소에서 공극을 추가 발견한 것이다. 이전 한수원 자체 조사로 격납건물 매설판 보강재 주변에서 2017년 2개소, 2018년 6개소의 공극(8㎝ 이하)을 발견했던 것이, 이번에 조사단에 의해 깊이 20㎝ 이상의 예상보다 큰 공극 3개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격납건물 벽체 콘크리트에 공극이 존재하면 콘크리트의 지지강도가 떨어지므로 안전성능이 약화된다. 2016년 한빛 2호기에서 철판 부식에 의한 천공이 처음 확인된 이후 주민들이 요구한 확대검사에서 18㎝에 이르는 깊이의 콘크리트 공극이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발견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확대점검이 불가피하므로 연말 20기 이상 원전을 가동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원전의 위험은 아주 낮은 확률의 것이라도 엄중하다. 민족과 국토에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간 진행돼온 원전산업 전반에 걸친 이와 같은 은폐 문제는 안전에 정면 위배된다. 이 정권에서 추진하는 탈원전은 ‘안전’이란 토대 위에서 성립되므로 ‘안전’ 없는 ‘탈원전’은 없다. 향후 수십년에 걸친 탈원전의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안된다.

하지만 현 정부가 전력투구하는 에너지전환 정책과 달리, 안전정책은 허술함이 이전 정권보다 오히려 못하다. 원안위가 장관급 대통령 직속기구에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로 변경되고 위원장은 차관급으로 격하된 상태에서 조직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원전감독법은 시행도 안되고 유령화돼 있으며 오히려 지난 정권에서 원안위의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친원전 인사를 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 중용하는 등, 방향성도 없고 지난 정권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정부 대응역량 불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추진해온 ‘탈원전’이라는 이름의 개혁에는 당연히 차별화된 ‘안전체제 강화’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를 위해 개혁세력과 에너지를 결집시켜 안전대응력 강화를 강력 추진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시급한 시점이다.

한편, 원전안전을 위협하는 은폐 문제는 원전비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한 현장중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내 원자력 은폐제보 및 청산센터 설치 △발전소 현장 순회감시를 위한 안전보안관 설치 △원전안전 교차감시를 위한 국회 및 지자체의 감시참여 제도화를 제안한다.

이정윤 |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