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세] 스페인 어선에 기관총 쏜 캐나다, 이유는 가자미
캐나다-스페인, 일촉즉발 이유는 '가자미'
국적 없는 물고기 놓고 바다 위 전쟁
6년 전 10월 8일, 프랑스 르아브르로부터 서쪽으로 24㎞가량 떨어진 곳에서 가리비를 건져 올리던 영국 선박 5척을 프랑스 선박 수십 척이 에워쌌습니다. 프랑스 어민들은 욕설을 퍼붓고 영국 어선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죠. 조명탄까지 등장한 바다 위의 육탄전은 6시간이나 계속됐습니다.
인구는 늘고 어획량은 감소하는데 물고기엔 국적이 없고…. 세계 곳곳의 어장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과거에도 물고기를 둘러싼 바다 위의 육탄전이 종종 벌어졌는데요.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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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아이슬란드, 영국에 덤볐다?
영국이 특정 지역에서 연간 13만t 한도 내로만 조업하는 조건을 달아 양국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2년간만 유효한 협정이었던 탓에 1975년 11월 3차 전쟁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때 양국의 갈등은 국민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져 아이슬란드 대학생들이 영국 대사관을 습격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미국과 나토가 중재에 나섰고, 아이슬란드는 원하는 대로 200해리까지 EEZ를 확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이던 아이슬란드가 영국과 붙어 3전 3승을 거둔 싸움이었죠. 왕실 해군까지 동원한 영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꼴이 됐고요. 타격을 받은 영국에선 당시 어부와 어업관계자 등 1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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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 전쟁’ 이끈 캐나다의 ‘터보네이터’ 장관은 누구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동남쪽에 있는 그랜드 뱅크는 가자미와 대구 등이 풍부한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등이 이곳을 노리면서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위기에 놓인 캐나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데요. 일종의 조업금지령이죠. 당시 대체 어종으로 가자미가 꼽혔고, 가자미까지 대구 꼴이 날까 두려웠던 캐나다는 치어를 잡을 수 없게 넓은 그물망을 쓰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내겁니다. 그런데 스페인이 불법 어구를 사용해 남획을 이어가자 캐나다는 국내 연안어업 보호법 위반이라며 나포까지 명령하게 된 겁니다.
양국의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넘겨졌는데요. 나포된 지점이 공해 상인 이유로 여론이 스페인에 유리하게 돌아갔다고 하네요. 캐나다는 억류 선원을 석방하고 나포했던 에스타이호 선주에게 4만1000달러의 피해 보상을 해줬다고 하는데 스페인은 승소를 예상하며 끝까지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캐나다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영국 등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결국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게 됐답니다.
당시 가자미 전쟁을 지휘했던 캐나다 토빈 장관에게는 ‘캡틴 캐나다’ ‘터보네이터(가자미를 뜻하는 ‘터보트’와 영화 ‘터미네이터’의 합성)’ 등의 별칭이 붙었다고 하죠. 토빈 장관은 이 분쟁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높였는데요. 강경책을 써 외부와의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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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치’ 된 꽁치…“어획량 쿼터 두자” 제안한 나라
최근에는 일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 중 하나인 꽁치를 두고 나라별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3년간 꽁치 어획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일본은 다급한 마음에 국제 수산회의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되는데요. 어획량에 쿼터를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영·불 간 가리비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양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런던과 파리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긴장감이 여전합니다. ‘휴전’ 상태인 셈이죠. 영국 BBC와 스코틀랜드 일간 더 스코츠맨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조업 금지 기간에 소규모의 영국 선박들도 가리비 채취를 하지 않는 대신 재정적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 쟁점인데 이견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 선박들은 자발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분쟁 지역에서 가리비잡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데요.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데드라인(2019년 3월 29일) 이후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 수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두고 볼 일이겠죠.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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