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무슬림들이여, 미국과 맞서 전쟁하라".. 9·11 17주년 성명 발표

박수현 기자 2018. 9.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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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11일(현지 시각) 9·11 테러 17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미국에 맞서 전쟁을 벌이라고 촉구했다. 알자와히리는 2011년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뒤를 이어 알카에다를 이끌고 있다.

알자와히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배포한 30분 길이의 동영상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어떻게 미국을 마주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에서 미국을 무슬림 최대의 적으로 지목하고 미국이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알자와히리는 이날 미국과 맞서 싸우기 위한 14가지 지침도 발표했다. 지침에는 무슬림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단결 등이 포함됐다.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2018년 9월 11일 소셜미디어에 30분짜리 동영상을 배포하고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미국과 맞서 전쟁을 벌이라고 촉구했다. / 알카에다

알자와히리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무슬림에 대항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슬람의 역사적 적(敵)과 연계된 ‘십자군 전쟁’을 시작한지 17년이 지났다"며 "무슬림과 관련된 모든 분쟁의 이면에는 미국이 이끄는 세속적인 서방 십자군들의 손이나 그들의 묵인, 공모, 방조 또는 음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적인 탐욕과 지리적 패권을 쥐고 싶어하는 욕망 등 다른 종류의 적대에 덮여 있더라도 그 근본에는 종교적인 적대가 있다"고도 했다.

알자와히리는 또 미국이 동맹국들을 이용해 무슬림들과의 전쟁 비용을 낮추고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켜 무슬림들끼리의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목표 지역에서의 혼란이 가중되면 그제서야 ‘폭동을 제압한다’는 명분으로 직접적인 공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알자와히리는 그러면서 "미국의 대(對)무슬림 전쟁 전략을 이해하고 미국의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 그 시스템에 해를 입히는 방법을 아는 것은 쉬워진다"며 "미국인들은 결국 다른 인류와 마찬가지로 나약하고 겸손한 존재다. 적들의 토양에서 그들을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알카에다는 197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당시 아랍 의용군으로 참전한 빈라덴이 결성한 국제적인 테러 지원조직이다. 9·11 테러 직후 미국 등의 소탕 작전에 한때 궤멸 직전까지 갔으나, 최근 이슬람국가(IS)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예멘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다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018년 9월 11일 펜실베이니아주 샹크스빌에서 열린 9·11 테러 17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 백악관

미 전역에서는 이날 9·11 테러 1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옛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이날 오전 8시 42분부터 당시 희생자의 유족과 생존자, 구조대원 등 수천 명이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그라운드 제로는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여객기가 WTC 쌍둥이 빌딩을 들이받아 약 30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장소다.

참석자들은 납치된 여객기 중 하나가 WTC 북쪽 빌딩에 충돌한 시각인 오전 8시 46분을 시작으로 또 다른 여객기들이 WTC 남쪽 빌딩과 미 국방부 건물을 충돌한 시각 등에 맞춰 묵념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샹크스빌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이곳은 이제 미국의 저항을 보여주는 기념비가 됐다"며 "이 추모식은 미국이 절대 폭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샹크스빌은 17년 전 이날 납치된 유나이티드항공 93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미 의회 의사당을 노리던 납치범과 싸우다 추락해 전원 사망한 곳이다. 이날 샹크스빌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인 ‘타워 오브 보이스(Tower of Voices)’가 설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항상 손에 쥐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결코 악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미래는 우리의 적이 아닌 영웅들의 손으로 쓰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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