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직장인이 몰린다, 한밤에 펼쳐지는 '한국의 TED'

2018. 9.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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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퇴근 후 놀이
퇴근 후 강연장 찾는 직장인들
독특한 외국 경험 소개하는 '리뷰빙자리뷰'
제2의 삶 고민하는 이가 찾는 '개인의 시대'
미국의 '테드'처럼 '경험 공유' 강연 인기

[한겨레]

강연 플랫폼 ‘리뷰빙자리뷰’를 이용한 이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백영선 제공

제2의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은 퇴근 후에도 꿈을 위해 달린다. ‘주경야독’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배움도 ‘놀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학원이나 학교를 찾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퇴근 후 어학원에서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야간 대학원에 가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사회적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배움터가 더 인기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관련 강연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져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직장인 모임 ‘월간 서른’은 지난 6월27일 <퇴사준비생의 도쿄>의 저자 최경희씨의 강연 ‘여행으로 성장하는 기획자 이야기’를 열었다. 30대 70명이 1만원씩 내고 이 강연을 들었다. 직장인 김솔지(27)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평소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연 정보를 얻는다고 한다. “학위나 자격증으로 삶을 개척하기 어려워진 것 같다. 차라리 지금 필요한 살아 있는 정보를 그때그때 골라 듣는 게 이득”이라며 “특히 강연자 대부분이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도움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요즘 직장인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강연이나 배움터는 무엇일까. ‘리뷰빙자리뷰’는 많은 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외국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소개하는 강연 플랫폼이다. ‘칸 국제 광고제’, 미국 실리콘밸리의 ‘마음 챙김 명상컨퍼런스’ 등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다녀온 직장인이 강연자로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셸린 가이드>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의 고객서비스를 경험한 ‘목금토 식탁’의 이선용 대표가 일반인들이 평소 가보기 어려웠던 포르투갈 리스본, 오스트리아 크렘스 등에 있는 고급레스토랑을 설명해 호평을 받았다.

외국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한 직장인 입장에서는 여행 정보도 얻고 강연을 통해 간접 경험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강연 예고가 비정기적으로 뜨면 댓글로 참가 신청을 받는데, 참석 인원이 15명으로 정해져 있어 보통 10분 내 마감되는 편이다.

강연 플랫폼 ‘리뷰빙자리뷰’를 이용한 이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백영선 제공

‘월간 서른’은 ‘10년 후를 준비하는 30대 직장인들의 모임’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차린 경험이 있는 리더 강혁진씨 등이 운영한다. 과거의 자신처럼 창업이나 1인 사업을 고민하는 또래 세대들과 머리를 맞대고 노하우를 나누는 자리다. 현실감 있는 정보를 나눌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창업은 부담스럽지만 지금 일이 평생 업은 아닌 것 같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직장은커녕 ‘어결치(어차피 결국은 치킨집)’, ‘대끝치(대기업의 끝은 치킨집)’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고 불투명한 시대다. 이런 고민하는 직장인이 최근 주목하는 강연이 있다. 이름하여 ‘개뿔콘’. ‘평생직장개뿔, 개인의 시대’라는 주제로 14일 진행되는 이 강연은 새로운 대안 모임 ‘낯선 대학’을 운영하는 백영선(41)씨가 기획했다. 강연 강사로는 직장인이었다가 독특한 방법으로 제2의 삶을 개척한 9명의 강사가 나선다. 미국의 지식공유 강연 테드(TED)의 한국판인 셈이다.

우선 강사들의 이력이 독특하다. 최정윤(32)씨는 원래 외신기자였다. 2010년부터 5년 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프리랜서 외신기자로 활동했다가 2015년 국내에서 여성 친화적 성인용품점 ‘플레져랩’을 창업했다. 최씨는 “국내 성문화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한편 여성이 안심하고 자신의 성을 탐구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낮에는 성교육 강사 겸 성 상담가로, 밤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 중이다. 김경민(33)씨는 한 벤처캐피탈 회사의 직원이다. 퇴근 후 저녁에는 서울 금호동에서 맥줏집을 운영한다. 평소 맥주 마시기가 취미였던 그는 퇴근 후 수제맥주 만들기를 공부하다 지난해 아예 수제맥주 전문 맥줏집을 열었다. 이들 모두 퇴근 후의 삶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백영선씨는 “‘평생 이 일을 해야만 할까?’라고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가슴 속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답을 해줄 강연자들을 모았다”고 한다. ‘낯선 대학’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지한다. 심야 강연으로 기획됐지만 신청자들의 요청으로 반나절로 강연 시간을 늘렸다. 이 강연을 들으려면 직장인은 반일 휴가를 써야 한다. 그래도 매진에 가까울 정도로 표가 팔렸다고 한다. 백씨는 “제2의 삶을 개척한 이들 대부분 퇴근 후에 뜨거운 노력이 있었다. 그 노하우를 들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 심야 강연, 신청은 이렇게

심야 강연을 듣고 싶어도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가 많다. 그런 이를 위한 정보를 준비했다.

리뷰빙자리뷰

페이스북에서 비정기적으로 강연 공지가 뜨면 댓글로 참여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용 1인당 1만원.(www.facebook.com/flyingimpact)

월간서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페이스북에서 강연 공지가 뜨면 참여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용 1인당 1만5000원.(www.facebook.com/monthly30)

개뿔콘

14일 오후 1시~6시30분, 강남구 역삼동 강남대로 102길 34에서 열린다. 티켓 판매 플랫폼 페스타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된다. 참가비용 1인당 6만5000원. (https://festa.io/events/75, 개인의시대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aebbulconference)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놀이

인간으로서의 삶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의지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막연한 휴식은 놀이가 아니다. 일정한 육체적·정신적인 활동을 통해 정서적 공감과 정신적 만족감이 전제돼야 한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의 삶이 보장되면서 요즘은 ’심야 놀이’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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