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에 목숨 끊은 학생..죽음까지 조롱한 가해자

백운 기자 입력 2018. 9.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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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터넷에서 하는 '멤버 놀이'라고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청소년들끼리 온라인에서 만나서 친구 맺고 그 연예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멤버 놀이 공간이 무서운 사이버 폭력의 공간으로 변질돼서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습니다.

백 운 기자입니다.

<기자>

꽃답던 딸의 49재 뒤 1주일 만에 다시 찾은 납골당.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은 사이버 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지난 7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 친구들하고 잘 놀고, 태권도 가서도 동생들하고 잘 놀고 그랬거든요. 특별한 그런 이유는 전혀 없었어요.]

한 보이그룹을 좋아했던 김 양은 익명으로 SNS 계정을 만들어 멤버 놀이를 했습니다.

그룹의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온라인 친구들이 댓글을 달아 호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김 양은 한 무리로부터 "자신들한테 사과해야 하는 어떤 사람이 사과하지 않으니 그 사람과 잘 아는 네가 대신 사과하라"는 요구를 받게 됐습니다.

김 양이 거부하자 사이버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보는 공간에서 모욕적인 말과 협박이 이어졌고 신원을 알아낸 뒤 김 양의 사진을 올려 이른바 신상을 터는 일도 있었습니다.

김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2시간 전까지 모욕적인 욕설과 '찾아가 죽이겠다'는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가해자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이렇게 멘탈 약한 애는 처음 본다"며 김 양의 죽음을 조롱했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김 양이 먼저 욕을 했다고 진술하자"는 식으로 말을 맞춘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 가해자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당한 다른 피해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 : 갑자기 내 사진을 올려버리니까. 나는 쟤네가 내 사진을 모를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이 대뜸 와서 사진 올리면서 욕하니까, 저는 왜 자살을 했는지 이해가 가죠.]

[오인수/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 이 경우처럼 전혀 오프라인과 상관없이 온라인에서 익명성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은 약간 새로운 형태의 괴롭힘, 또는 앞으로 더 증가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괴롭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수가 한 사람을 공격하는 사이버 폭력이 목격될 경우, 주변에서 이를 방관하지 않고 중단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면 폭력행위가 지속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상편집 : 유미라, VJ : 이준영·노재민)   

백운 기자clou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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