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현재 핵'도 포기 각오..미국에 상응조치 요구"

손제민 기자 2018. 9. 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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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평양회담 5일 앞두고 원로자문단 청와대 초청 의견 청취
ㆍ“북·미 실무회담 부진에도 양 정상 신뢰 확인” 낙관론 피력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2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하며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북한은) ‘미래 핵’에 이어 ‘현재 핵’도 폐기해 나가겠다는 것이고, 미국도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보장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 상대에게 먼저 이행하라는 요구를 가지고 막혀 있는 것이어서 저는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원로자문단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저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비록 실무적 회담은 부진한 면이 있지만 북·미 양 정상은 신뢰를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양 방문을 닷새 앞두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래 핵’ ‘현재 핵’ 등의 표현을 써가며 북한과 미국의 논의가 흘러온 과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미래 핵은 북한이 핵 능력을 고도화하는 핵·탄도미사일 실험 등의 활동을, 현재 핵은 지금까지 개발한 핵탄두와 핵물질 등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앞으로 핵이나 미사일 도발, 추가 실험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실제 작년 11월 이후 일절 추가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핵실험장을 폐기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폐기했다”며 “북한은 앞으로 핵과 미사일을 더 발전시키는, 고도화해 나가는 그런 능력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일은 미래 핵뿐만 아니라 현재 보유한 핵물질, 핵시설, 핵 프로그램 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그에 대해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들은 여러 가지 조치들을 진정성 있게 실천했는데, 미국에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말고는 한 것이 없지 않으냐, 북한이 취한 조치는 하나하나 불가역적 조치인데 군사훈련 중단은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북한이 추가적 조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되겠다라고 하는 것이 지금 북·미 교착의 원인”이라고 했다.

이에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논리를 어느 정도 수긍하는 전제 아래 종전선언에 내부 저항이 강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중재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를 두고는 “우리가 국제 제재라는 틀 속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 답답한 면도 있고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주어진 조건 범위 내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이제 특별히 새로운 선언이 필요한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문에서 남북관계의 발전과 관련한 새로운 합의나 약속을 도출하기보다 비핵화와 군사긴장 완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간담회는 자문위원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남북이 비핵화 TF를 함께 만들어 논의한다면 파격적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황원탁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주한미군 범주 안에 유엔사의 장래 문제도 포함시켜 그(종전선언)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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