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때 접은 대양해군 부활..3000t 도산안창호함 진수

이철재 2018. 9.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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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도산안창호함. 거제=이철재 기자

노무현 정부 때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 때 접었던 대양해군의 깃발이 다시 올라갔다.

국내서 처음으로 건조된 3000t급 차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KSS-Ⅲ) 진수식이 14일 오후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8~20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이날 진수식에 참석했다.

도산안창호함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만든 잠수함이다. 도산안창호함은 길이 83.3미터, 폭 9.6미터에 수중 최대속력은 20노트(시속 37㎞), 탑승 인원은 50여 명이다. 지금까지 해군에서 가장 큰 잠수함인 장보고-Ⅱ 또는 손원일급(1800t) 보다 크기는 약 2배 더 크다. 공기불요추진체계(AIP)에 고성능 연료전지를 적용해 수중 잠항 기간도 늘어났다. 잠수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장비인 전투ㆍ소나 체계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개발 장비가 탑재됐다.

도산안창호함은 ‘장보고-Ⅲ 배치(Batch)-1(1차 생산분)’이라고도 불린다. 장보고는 해군의 잠수함 사업을 일컫는다. 장보고-Ⅰ(1200t급) 9척, 장보고-Ⅱ(1800t급) 9척 등 모두 18척이 건조됐다. 배치는 생산분을 뜻한다. 장보고-Ⅲ는 모두 3개의 배치가 있는데 각 3척이다.

도산안창호함 제원

이처럼 배치를 나누는 것은 처음부터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설계하는 것보다 점차 성능을 높여가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처음에는 고성능이었지만 나중에 만들다 보면 뒤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장보고-Ⅲ의 배치-1은 3000t급이며, 현재 설계 중인 배치-2는 3600t급이다. 배치-3는 4000t급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군은 이 잠수함부터 원자로를 넣는 핵잠수함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 2년 안에 배치-3의 원자로 탑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도산안창호함은 지난 2012년 방사청이 ㈜대우조선해양과 계약을 체결한 이래 2014년 착공식과 2016년 기공식을 거쳤다. 도산안창호함 진수로 한국은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진수한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진수식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군, 방산업체 관계자, 특별 초청 인사들이 자리했다. 잠수함의 함명이 유래된 도산 안창호 선생의 후손인 손자 로버트 안 부부가 미국에서 왔다.

해군 잠수함 제원 비교

도산안창호함은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을 쏘는 수직발사관 6개를 단다. 군 당국은 장보고-Ⅲ에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2B 탄도미사일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장보고-Ⅲ가 주변국에서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분류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도산안창호함을 시작으로 대양해군론이 다시 떠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노무현 정부는 장차 주변국과의 분쟁에서 미군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대양해군을 건설하기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난 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상대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대양해군론을 접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양해군론이 부활하는 조짐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지론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에 주변국이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핵잠과 유사시 소형항모로 사용할 수 있는 대형상륙함 3번함을 건조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물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는 핵잠과 먼 바다에서 함대 전체에 방공 우산을 씌워주는 소형항모는 대양해군의 핵심 자산이다. 정부 소식통은 “핵잠 건조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으며, 대형상륙함 3번함은 15년 앞을 바라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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