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곳곳에서 터지는 무역전쟁 신음..투자 '주춤' 수출업계 '타격'

베이징 박선미 2018. 9. 14.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중소 수출기업들은 경영난에 빠지고 경제지표는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본격적인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수출 제조업체들 경영난 심각=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수출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광둥성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았던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에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후 모씨는 "ZTE 제재에 무역전쟁까지 겹쳐 죽을 맛"이라며 "지난해 대미 수출액이 700만 달러였는데, 올해는 300만 달러도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케이블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씨 역시 "미국 바이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관세의 상당 부분을 내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럴 여력이 없다"며 "벌써 상당수 바이어가 베트남, 인도 등으로 구매처를 옮겼다"고 말했다. 장 씨는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3000위안(약 5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지만, 베트남 하노이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의 월급은 800 위안(약 13만원)밖에되지 않는다"며 주변의 상당수 기업이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둥 성의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본격화하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2%에서 지난달 10%로 둔화했으며,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본격화할 내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5%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8월 광둥성 제조업 경제지표는 29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점 50 아래로 내려가 경기위축을 나타내기도 했다. 광둥성은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 경우 광둥성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동남아시아나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옮길까봐 우려하고 있다.

◆中 광둥성 공격적인 투자 유인책으로 돌파구 마련=중국 광둥성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 제조업의 타격을 우려해 공격적인 외국인 투자 유인책을 마련했다.

지난 11일 중국 광둥성 정부는 주강삼각주(珠江三角洲, 중국 주장강 하류유역의 삼각주) 지역에 공장을 세우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외국인 직접 투자 규칙을 수정, 발표했다. 주강삼각주는 수 천개의 수출업체들이 모여 있는 세계 최대 제조업 집중 지역이다.

광둥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강삼각주에 신(新)에너지 자동차, 항공기, 드론, 첨단제품 제조 관련한 벤처기업을 세울때 현지 파트너 없이 100% 단독 지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외국계 기업들은 광둥성에서 이 분야에 대한 기업을 세울때 꼭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어야만 했다.

광둥성은 또 20억위안(약 2억9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한해 프로젝트 종류 상관 없이 지역 내 토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빨간불 켜진 8월 투자 지표=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8월 경제지표는 투자가 크게 흔들리며 향후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5.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5.6%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1∼7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5.5%에도 미치지 못했다. 1∼8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민간부문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이 8.7%를 기록해 1~7월 8.8% 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민간투자는 중국 전체 투자의 약 60%를 차지한다. 1~8월 인프라 투자 증가율도 4.2%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경기지표는 선방했다.

8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기보다 6.1% 증가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이는 지난달 상승률 6.0%보다 0.1%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소매판매 역시 작년 동기대비 9%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8.8%를 웃돌았다. 시장 전망치 8.8% 보다도 높게 나왔다. 중국 실업률은 5%를 기록, 7월 5.1% 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오는 경제성장 둔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몇달 동안 통화정책 미세조정을 통한 안정적 유동성 확보와 성장 촉진을 위한 인프라 투자, 소비진작을 꾀할 수 있는 세제개편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B)의 레이몬드 영 중국 경제학자는 "중국 정부가 돈을 조금씩 풀고 있지만, 아직 수요 측면에서 기회를 잘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 조만간 기업과 지방정부가 채권발행 을 늘려 연말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맥쿼리증권의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점진적인 감속 추세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선방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 경제가 여전히 잘 받쳐주고 있어 중국 정부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의 기존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고, 속도조절에만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