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과 규제에도.. 한국 게임산업은 여전히 효자노릇

유성열 기자 2018. 9. 1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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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수출 막혔어도 국내 게임 수출액 4조4000억원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자녀가 PC·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독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내용 일색이어서 자녀들의 시간을 빼앗고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며 정서를 해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인 인식 탓에 게임산업은 결제한도 등 각종 규제에 촘촘히 얽혀 있다. 심지어 2013년에는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게임이 효자 산업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 업체들의 게임 제작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한국은 게임 능력을 겨루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다. 게임은 명과 암이 극명한 분야다. 부정적인 측면은 제어해야겠지만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적으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해 매출과 수출 규모에서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성한 ‘2017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2조2400억원을 기록해 전년에 비해 12.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사 연간 매출을 더한 수치다.

수출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한국 게임업계의 지난해 연간 해외 수출 규모는 39억 달러(약 4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9.2% 늘었다.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68억9000만 달러)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6.7%에 달한다. 2위인 캐릭터 분야보다도 6배 이상 많다.

국내 게임사의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저작권과 프랜차이즈권 등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반기 기준 역대 최소 규모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지식권 잠정 무역수지를 보면 올 상반기 지식권 적자는 6억 달러에 그쳤다.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식권 무역수지는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전기·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거액의 특허료를 지급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에도 대기업의 특허료 지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의 프랜차이즈권과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음향·영상 저작권 수출이 확대되면서 적자 규모가 줄었다.

특히 게임산업과 연관된 항목은 흑자를 기록했다.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지식권 무역수지는 8억5000만 달러 흑자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던 대기업 무역수지 규모도 올 상반기 4억8000만 달러 흑자로 훌쩍 뛰었다. 넥슨에 이어 넷마블이 준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결과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도 16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게임 수출 영향이 큰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결과와는 다르게 한국 게임업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42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갈수록 굳게 잠기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 게임 수출 가운데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 36.4%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게임 총량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할 정도로 강력한 규제책이 담겼다. 우선 한국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셧다운제와 비슷하게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규 온라인 게임의 등록을 규제하고 연령등급 표시의 적합성을 심의하겠다는 부분도 주목받고 있다. 게임을 서비스 전부터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최종적으로 중국 정부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산업의 성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중국이 현재처럼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게임사들의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 더 큰 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그동안 중국의 게임산업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면서 “이번 발표는 중국 정부의 기조가 진흥에서 규제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중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경우 바뀐 기조에 따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에도 중국은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노골적으로 막아 왔다. 지난해 3월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판호’를 획득한 국내 게임은 없었다. 판호는 중국이 자국에서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 인허가권이다. 업계는 중국이 판호 불가에 이어 게임 총량제까지 도입을 예고한 만큼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업체들은 한국에서 선전하고 있다. 앱 분석업체인 IGA웍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출시된 중국 게임 수는 총 136개로 전년 대비 19% 정도 증가했다. 매출 순위 상위 20위에 진입한 중국 게임은 16개나 된다. 이 16개 게임은 지난해 국내에서 총 19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6년의 1124억원에 비하면 75% 상승한 액수다.

국내 업체들은 시장·플랫폼 다변화로 중국발 위기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내 게임산업이 지난해 우려 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그 노력의 결과로 파악된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대중국 수출 난항이 결과적으로 국내 게임사가 인도·동남아·대만·북미·유럽 등 다양한 국가로 눈을 돌려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게임산업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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