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 두고 고민 깊은 여당 "유은혜 반대여론 깜짝, 우리도 답답"
며칠 전 여당의 국회의원 A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1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다. 그는 “지명 직후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청문회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청와대 개각 발표 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글이 40여 건 올라왔다. 그 중 스스로를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소개한 시민은 “그토록 존경해왔던 대통령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유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청원에는 16일 현재 6만8000여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 안에서도 우려가 목소리가 나온다.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남편 회사 직원의 보좌진 채용, 휴일의 거짓 기자간담회 등 유 후보자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의 교육부 관계자는 “관록이 깊은 김상곤 부총리도 여론과 소통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유 후보자는) 청문회 전부터 상처를 많이 입은 데다 교육계의 반감도 큰 상황이라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현 상황에서 고심이 가장 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자신의 원칙에 유 후보자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를 인정하면 기회를 얻지만, 철학과 가치를 저버리면 모든 걸 잃는다. A의 말처럼 집권 2년차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결단이 필요하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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