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청문 두고 고민 깊은 여당 "유은혜 반대여론 깜짝, 우리도 답답"

윤석만 2018. 9. 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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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무슨 논리로 방어해야 할지 우리도 답답하다.”

며칠 전 여당의 국회의원 A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1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다. 그는 “지명 직후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청문회에서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고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달 30일 청와대 개각 발표 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글이 40여 건 올라왔다. 그 중 스스로를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소개한 시민은 “그토록 존경해왔던 대통령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유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청원에는 16일 현재 6만8000여명이 공감을 표시했다.

여당의 고심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A는 “사실 (딸이 위장전입 한) 덕수초가 사립 못지않게 좋은 학교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집권 2년차에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스1]
야당은 이번 기회에 현역 의원의 ‘청문회 불패’를 깨부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덕수초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명문’으로 유 후보자가 위장전입할 당시(1996년)에 이미 국제규격의 실내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었다”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 안에서도 우려가 목소리가 나온다.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남편 회사 직원의 보좌진 채용, 휴일의 거짓 기자간담회 등 유 후보자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의 교육부 관계자는 “관록이 깊은 김상곤 부총리도 여론과 소통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다”며 “(유 후보자는) 청문회 전부터 상처를 많이 입은 데다 교육계의 반감도 큰 상황이라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은 다른 어떤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특히 대다수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얽힌 교육 문제에선 더욱 그렇다. 위장전입이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지만 유독 유 후보자가 집중포화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가 자녀의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놓고 거센 비판을 한 전력이 있다. 당시 유 후보자는 위장전입 문제에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 ‘내로남불’이란 생각은 안 해봤을까.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유은혜 의원과 함께 참여한 행사에서 청년일자리 확보를 위한 법 제정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부모가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위장전입을 생각조차 못 한다”며 “국민과 동떨어진 편법을 일삼으면서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특권의식”이라고 꼬집었다.

일이 이렇게 진행되다 보니 현 상황에서 고심이 가장 큰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자신의 원칙에 유 후보자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를 인정하면 기회를 얻지만, 철학과 가치를 저버리면 모든 걸 잃는다. A의 말처럼 집권 2년차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결단이 필요하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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