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곧 꺾일 것이라던 '반도체 고점론' 왜 번번이 빗나가나

2018. 9.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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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앞날은

[슈퍼호황 초기부터 "끝"]
UBS 작년 2월 "공급과잉 나타날 수 있다"
작년 11월 JP모건 "2018년 두자릿수 하락"

[주로 외국계 증권사]
"대기업 눈치 덜보기 때문 소신있는 보고서 "
국내엔 부정적 전망 거의 없어

["과거와 다른 상황"]
메모리 치킨게임 종료돼 공급 폭발 가능성 낮고
클라우드, 자동차, AI.. 거대수요 끊임없이 등장

[중국 위협도 2~3년뒤?]
삼성 "중국과 3년 정도 격차"
"결국 나빠지겠지만 확 꺾이진 않을 것" 전망 우세

[한겨레]

그래픽_김지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반도체 제조업체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을 합치면 48조9천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두 회사가 상반기에만 33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3년 두 회사 영업이익을 합쳐 10조원으로 시작된 반도체 호황이 지난해부터 이른바 ’슈퍼호황’으로 점프했다. 이 기간 동안 두 회사의 주가는 2~3배 뛰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최근 들어 ’반도체 고점론’을 설파하는 보고서가 부쩍 잦아졌다. 그 때마다 두 회사의 주가가 출렁인다. 과거와 다른 상황이라며 반도체 고점론을 부정하는 주장이 나오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고, 이미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수준의 장기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감은 커진다.

‘반도체 고점론’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반도체 업황은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까?

슈퍼호황 시작부터 나온 고점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에 투자한 ‘개미’ 주주들에게 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악몽’의 대상이다. 최근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보고서를 낼 때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가는 큰 폭으로 내렸다. 직전 10여일 동안 착실히 오르던 두 회사의 주가는 지난 5일 모건스탠리가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 3분기부터 실적이 위축되고 있다. 투자에 신중한 견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자, 하락세로 전환해 열흘 동안 이어졌다. 지난달 6일에도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칩 재고 수준이 상승했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주의’로 하향하자, 두 회사의 주가는 열흘 가까이 흔들렸다.

반도체 경기가 최고점에 이르러 이제 곧 꺾일 것이라는 ‘반도체 고점론’은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40%에 근접해 이른바 ‘슈퍼 호황’이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스위스계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는 ‘올 하반기부터 디(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슈퍼’ 상승이 시작되던 때 위험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는 것이 이채로울 수 있지만, 호황의 시작과 끝은 지난 뒤에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일이 아니기도 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제이피(JP)모건이 ‘내년에 공급 증가로 디램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는 고점론을 냈고, 같은 시기 모건스탠리는 ‘낸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했다. 그러나 이들이 예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경고를 비웃듯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들어 50%를 돌파했고 주가도 최고치를 찍는 등 순항을 계속했다.

특이한 것은 반도체 고점론을 제기하는 곳이 주로 미국·유럽·일본 등 외국계 증권사라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반도체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는 곳은 거의 없다. 부정적 보고서로 주가를 낮춘 뒤 저가 매수를 하기 위해서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증권사보다 대기업 눈치를 덜 봐도 되기 때문에 소신 있게 보고서를 낸다는 설명도 적지 않다. 한 기업의 아이아르(IR)부문 관계자는 “국내 회사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에게 수익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보고서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점론, 왜 번번이 빗나가나

반도체 고점론이 들어맞지 않는 이유로 과거와 달라진 업계 환경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몇몇 드러난 신호를 과거 반도체 업황 사이클에 대입해 업황 분석을 내놓는데, 최근 업계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10개 가까운 회사가 난립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 3~5개 회사가 전체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이익을 희생하고 공급을 늘리는 ‘치킨게임’이 종료돼, 과거처럼 공급이 폭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작다.

수요 측면에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개인용컴퓨터(PC)나 휴대전화 등 특정 업종이 반도체 수요를 이끌었던데 비해, 지금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막대한 새 반도체 수요처가 단절 없이 속속 떠오르고 있다. 2001년과 2008년 등 반도체 호황 이후 급격히 불황으로 전환하는 사태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반도체 기술의 급격한 발달도 장기 호황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반도체 회사의 전직 사장은 “디램에서는 기술적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차세대 반도체 패러다임이 나오고 있다. 적어도 메모리 부문에서는 과거의 사이클이 더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변수는? 향후 전망은?

“적어도 4분기까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지난 12일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이 디램 업황의 둔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김 사장 말처럼 증권가에서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기존 슈퍼 호황과 비슷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 이후엔 어떨까? ‘중국’이란 중요한 변수가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세워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3차원(3D) 낸드플래시 등 각종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에 필요한 건 ‘시간’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중국 위협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경쟁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12일 “(중국) 디램은 본 적이 없지만, 낸드플래시는 3년은 간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반도체 슈퍼 호황 2년 여를 맞아 반도체 고점론은 앞으로 더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호황이 5년째 지속된 만큼 주가도 더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2001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영업이익은 7천억원으로 전년(6조원)보다 크게 줄었다. 2007년엔 에스케이하이닉스 영업이익이 4900억원으로 전년도 2조원에서 4분의 1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과거처럼 순식간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최근 에스케이하이닉스에 대해 부정적 보고서를 낸 모건스탠리도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올해 21조원, 내년 18조5000억원, 2020년 17조원으로 예측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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