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허 정책' 통했나.. 초보운전 교통사고 역대 최저 [이슈+]

이창수 2018. 9. 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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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 돌렸다가 그만."

울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45)씨는 평소 '운전 베테랑'을 자처했다.

그의 자부심은 남보다 빠른 운전면허 취득과 20년 무사고 경력에 기인한다.

16일 경찰청의 '운전면허 취득경과년수별 교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고 대비 면허 취득 10년 이상 운전자의 사고 비율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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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면허취득년수별 사고 조사/지난해 2만4163건.. 전년比 28%↓/ 경력 1년 미만 '생초보'는 5852건/ 사고건수 1년 새 30% 줄어들어/"2016년 12월 운전시험강화 효과"/ 10년 이상 '베테랑' 사고 15만여건/ 전체 사고 70%.. 역대 최고 비중/"운전자 고령화·방심운전 등 영향"
“잠깐 눈 돌렸다가 그만….”

울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45)씨는 평소 ‘운전 베테랑’을 자처했다. 그의 자부심은 남보다 빠른 운전면허 취득과 20년 무사고 경력에 기인한다. 그랬던 이씨가 올여름 한 달 새 두 번이나 사고를 냈다. 한 번은 주행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다가 한 번은 끼어들기 차량을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치다 그만 사고가 났다. 그는 “‘아차’ 하니 ‘쿵’ 하고 박았다”며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방심 앞에는 장사가 없다”고 머쓱해했다.

흔히 운전경력과 사고 확률은 반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경력 운전자의 사고는 크게 늘어난 반면 ‘도로 위 폭탄’이라 불리며 무시받기 일쑤였던 초보 운전자들의 사고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전보다 어려워진 운전면허 시험을 일컫는 ‘불면허’ 효과, 그리고 젊은 세대의 안전의식이 높아진 점 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16일 경찰청의 ‘운전면허 취득경과년수별 교통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고 대비 면허 취득 10년 이상 운전자의 사고 비율이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총 15만6332건으로 전체 사고(21만6335건)의 72.3%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0년의 24.7%보다 3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반면 ‘초보 운전’으로 통하는 면허 취득 5년 미만자가 낸 사고는 지난해 2만4163건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은 수치였던 1970년 기록 2만7966건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3만3652건)에 비해선 28%가량 급감했다. ‘초보 운전자가 사고를 잘 낼 것’이란 통념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우선 전문가들은 2016년 12월 시행된 일명 ‘불면허’ 시험을 이유로 꼽았다. 수험생들이 면허 취득을 위해 운전연습에 매진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2016년 8412건이었던 면허 취득 1년 미만 운전자의 사고 수는 지난해 5852건으로 1년 새 30.4% 줄었다. 여기에 2005년 1만9066건(8.9%)이었던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지난해 3만7555건(17.3%)으로 늘어나는 등 인구학적 변화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경찰청 교통국 관계자는 “교통사고 원인은 대개 복합적인데 면허 취득 1년 미만자의 사고가 단기간에 크게 줄어든 건 면허시험 강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취득자 수는 줄어드는 반면 10년 이상 취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도 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150만명 선이었던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 수는 지난해 108만명으로 뚝 떨어졌다.

세대별 운전자 특성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문제에 예민한 요즘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기 때문에 사고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교통안전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2000년대 후반부터 보복운전, 난폭운전, 졸음운전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며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민감도가 높아졌고, 이런 인식이 젊은 세대에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력 운전자들이 운전 실력을 과신하거나 방심하는 일이 잦은 점도 사고 수가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오 선임연구원은 “초보 운전자와 달리 경력자일수록 위험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며 “운전을 잘한다는 건 ‘얼마나 빠르게 갈 수 있는 지’가 아니라 ‘얼마나 위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지’에 달려있는 만큼 어느 때나 자만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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